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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섬원패스'로, 해상교통 사각지대 없애자

장철호/한국섬진흥원 부연구위원 | 기사입력 2024/03/29 [10:23]

[기고] '한섬원패스'로, 해상교통 사각지대 없애자

장철호/한국섬진흥원 부연구위원 | 입력 : 2024/03/29 [10:23]

‘경칩(驚蟄)’이 지나면서 겨우내 움츠렸던 초목의 싹이 돋아나고, 뱀과 개구리 등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필자에게 ‘경칩’은 한국섬진흥원 입사 후 처음 맞이하는 절기로, 어느덧 입사 1년을 맞이했다.

 

또다시 봄이 찾아왔지만 여전히 봄을 제대로 못 누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섬 주민이다.

 

우리 곁에는 최첨단의 고속 교통수단과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대중교통이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교통도 없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섬이다. 그중에서도 해상교통 사각지대는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이지만 연륙교 등 육지와 다리와 연결되지 않고 여객선과 도선 등 교통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섬을 가리킨다.

 

섬 주민에게 해상교통은 대중교통 이상의 의미가 있다. 육지에서는 승용차, 택시, 버스 등 여러 교통수단이 존재하고, 교통수단이 없는 곳이라면 도보라도 이동이 가능하지만 섬에서는 불가하다. 섬 지역에서는 이동은 물론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물품 등이 해상교통을 통해 조달되기 때문에 생명선과도 같다.

 

해상교통 사각지대에 사는 전국 73개 섬 주민 1000여명은 행정, 의료, 복지 등 기본 서비스를 받기 위해 육지로 이동할 경우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어선이나 낚시배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개인적인 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수시로 변화하는 해양 환경에서 해상 안전사고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금전적 거래를 통한 사선 이용은 불법이기 때문에 해양경찰의 단속 대상이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단속의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섬 주민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2020년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여객선과 도선을 대중교통에 편입하여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2025년까지 해상교통 사각지대 섬 제로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22년 「섬 발전 촉진법」을 개정하여 섬 주민의 교통편의를 위해 지자체에서 사무 수행을 위해 관리‧사용하고 있는 선박을 이용, 사람을 운송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같은 조치들은 해상교통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주민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되고 있으나 아직 갈길이 멀다. 비록 법적 근거는 마련되었으나,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마련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섬 지역의 이동권 증진을 위한 최종 목표를 ‘한섬원패스(One island one path) 구축’, 즉 섬 주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언제든지 원하는 섬에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섬 주민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해상교통 체계의 효율화가 필요하다. 해상교통을 이용해 본 국민들은 마치 시간여행을 한 것 같다는 얘기를 종종 한다. AI, 빅데이터 등 ICT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최첨단 육상교통 서비스를 경험한 국민들에게는 상대적으로 해상교통 서비스가 70년~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불편하고 낙후된 교통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둘째, 다양한 대체 해상 교통수단의 도입이다. 일반적으로 바다를 건널 수 있는 수단으로 선박이 떠오르지만, 선박만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섬과 육지, 섬과 섬을 연결하는 선박이 비단 이동수단으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 일본 등 해상교통 선진국은 해상 케이블카, 수륙양용버스, 해상우버 택시, UAM(Urban Air Mobility) 등 다양한 수단을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으로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상품화하고 있다.

 

셋째, 해상교통과 관련된 일원화된 컨트롤타워의 구축이 필요하다. 면허 및 운항관리, 안전검사 등 다부처 다기관으로 산재되어 있는 조직체계를 일원화하여 해상교통 관련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교통 이동권과 안전은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이동수단이 없어 고통받는 섬 주민의 교통 이동권 보장을 위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섬 현실을 반영한 실사구시의 효과적인 정책으로 해상교통 사각지대에 사는 섬 주민에게도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기사는 전남매일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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