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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올해 ‘섬의 날’ 행사에도 섬 주민은 없는가?

양진형 대표 | 기사입력 2023/07/10 [09:18]

[칼럼] 올해 ‘섬의 날’ 행사에도 섬 주민은 없는가?

양진형 대표 | 입력 : 2023/07/10 [09:18]

매년 8월 8일은 국가 기념일인 섬의 날이다. 정부는 섬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2018년 ‘섬의 날’을 법제화했다. 이후 매년 ‘섬의 날’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다.

 

1회 행사는 전남 목포(2020년), 2회는 경남 통영(2021년), 3회는 전북 군산(2022년)에서 개최했다. 올해 4회 섬의 날 행사는 경북 울릉군에서 8월 8~11일까지 개최된다. 최초로 육지가 아닌 섬에서 진행된다.

 

섬의 날 행사는 준비단계부터 ‘섬 주민의, 섬 주민에 의한, 섬 주민을 위한’ 행사가 돼야 하지만 그동안 그렇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섬 주민들이 부재한 가운데 주무 부처 장관의 축사와 섬 담당 공무원과 이장, 섬 활동가들에 대한 정부포상이 행사의 중심이어서다.

 

기대를 모았던 올해 섬의 날 행사 역시 이전과 비슷하리라는 전망이 섬 주민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섬 주민 모임인 (사)한국섬중앙회는 6월 초 ‘섬 지역 사회적 기본권 향상 및 문화탐방(제4회 섬의 날 in 울릉도 성공개최 제안)’을 주제로 울릉도에서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포럼은 울릉도 섬의 날 행사의 사전 붐 조성 차원으로 전국 섬 주민 대표와 섬 학회 교수 등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행사는 공동 주관자인 학술단체가 갑작스레 발을 빼면서 ‘섬의 날’ 행사 후인 10월로 미뤄졌다.

 

기획된 사전 행사가 갑작스레 가을로 연기된 이유는 무엇일까? 섬중앙회는 그 배후에 섬 진흥을 위해 설립된 한국섬진흥원이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민간단체인 섬중앙회가 나서 큰 프로젝트를 따온 것에 대해 진흥원이 탐탁지 않게 여긴 나머지, 학술단체에 압력을 넣어 포럼을 무산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양 기관 간에는 포럼 무산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을 따지는 내용증명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섬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울릉도 행사의 참여와 관련해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에 공문을 보냈는데 “제4회 섬의 날 행사는 울릉군민이 주인공인 행사로 추진될 예정이며 일부 지자체에서 참여주민을 모집(지자체 사정에 따라 참여 규모 등은 다를 수 있음)하고 있으니 참고하라”는 요지로 답변 받았다고 했다.

 

‘섬의 날’ 행사 근거인 섬발전촉진법은 ‘섬의 생산·소득 및 생활기반시설의 정비·확충으로 생활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섬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와 복지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결국, 섬의 날 행사 또한 많은 섬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이들의 소득증대와 복지 향상을 도모하면서 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는 행사다. 하지만 정부는 행사를 위한 행사 위주로 ‘섬의 날’을 운영하면서 국가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행사에 임하는 정부와 지자체 담당자들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다. 지난해 ‘제3회 섬의 날’ 경우, 폐회식 당일 오전부터 하나둘씩 부스를 지키던 담당자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해 오후 3시쯤, 전체 부스의 3분의 2 이상이 비어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관람객이 “평일에는 시간이 나지 않아 주말에 왔는데 부스가 텅텅 비어 있어 실망스럽다”고 하자, 부스를 지키고 있던 한 지자체 공무원은 “행사 기간이 길어 담당자들이 피로한 측면도 있지만 손님이 오셨는데 맞을 주인들이 없어 송구하다”며 겸연쩍어했다.

 

 

 * 상기 내용은 7. 10일자 '브릿지경제' 신문에도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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