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와 남해, 서해 3개 바다의 풍광이 숨어 있는 여수바다
금오도 비렁길 3코스 비렁다리에서 바라본 남해바다 © 양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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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가 아름다운 여수는 바다 빛이 곱기로도 유명하다. 여수에는 365개의 섬이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주옥처럼 박혀있다. 여수에서 2년 반 정도 살면서 느낀 점은 여수바다 이곳저곳에는 남해뿐만 아니라 동해와 서해의 풍광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수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먼저 가봐야 할 곳은 오동도와 해상케이블카, 고소천사벽화마을, 여수밤바다, 향일암 등이다. 이곳에서는 미항 여수의 아름다운 모습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여수 여행에서 또 다른 풍미를 느끼고 싶다면 한려수도의 청정바다와 깎아지른 단애, 그리고 그림 같은 섬들의 때 묻지 않은 풍광, 서해안에서나 볼 수 있는 리아스식 해안과 갯벌 위 낙조 등을 체감해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수 바다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금오도와 안도, 소리도, 개도, 하화도, 여자도 등지를 여객선을 타고 가봐야 한다. 또 기회가 된다면 여수에서 멀리 떨어진 손죽도와 초도, 거문도·백도 등을 가 본다면 여수여행의 더 깊은 맛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배 타고 차 타고 가는 여수의 섬 '금오도와 안도'
새해 하루 시간을 내어 금오도 비렁길(3구간) 트레킹과 안도의 5개 명소(안도항, 안도해변, 이야포해변, 동고지마을, 서고지마을)를 드라이브하기로 한다.
금오도 함구미항에 도착하고 있는 차도선 © 양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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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가는 여객선은 돌산 신기선착장, 화정면 백야도선착장에서 하루 수차례 출발한다. 신기선착장을 이용하려면 돌산 끝까지 가야 하는데 주말 혼잡이 예상되어 백야도선착장(화정면)으로 향한다. 아침 9시 5분 백야도에서 함구미로 출발하는 차도선에 차량을 싣고 금오도에 도착하니 9시 55분이다.
금오도 비렁길 코스는 함구미~장지까지 총 18.5km로, 완주하려면 8시간 30분이 소요된다(https://www.kislandnews.com/542). 하지만 여건상 비렁길 일부만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은 3코스를 많이 애용한다. 직포~학동 구간(3.5km)인데 코스가 짧으면서 300년 넘은 해안 노송과 메숲진 동백숲, 굽이굽이 벼랑을 에워싸고 이어지는 기암괴석, 망망무제로 이어지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함구미선착장에서 비렁길 3코스 출발점인 직포까지는 14km로 승용차로 30분 거리다. 가는 길 군데군데 봄이면 수확이 시작되는 방풍나물들이 한창 푸르름을 더한다. 겨울 날씨치고 바람은 그리 거세지 않은데 미세먼지 탓인지 사위가 부윰하다.
새해 벽두 '금오도 비렁길 3코스'에서 소원을 비는 사람들
직포에서 우거진 동백 숲에 들어서니, 쏴~ 아 하는 해풍이 영혼의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다. 2~3월이 되면 화염처럼 타오를 붉은 동백꽃은 무예 그리 급한지 몇 송이 성급하게 등불을 켰다가 강추위에 동해를 입고 말았다.
추위 속에 핀 동백꽃 한 송이 © 양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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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코스 첫 전망대인 매봉전망대는 1코스 신선대나 미역널방전망대처럼 발끝 아래로 펼쳐지는 비경이 시원스럽다.
비렁길은 뾰족이 솟은 봉우리의 9부까지 올라 다시 작은 봉우리 하나를 오르내린다. 바다와 인접한 우측 절벽 아래로는 하얀 포말이 끊임없이 몰려오고 바다와 씨름하고 있는 낚시객의 모습이 보인다.
매봉산전망대에서 급경사를 내려와 V자형의 협곡 위 비렁다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종착점인 학동마을까지는 1.1km인데 편안하고 걷기 쉬운 길이다. 2021년 3월, 이 구간을 지날 때 지천으로 떨어진 동백꽃들을 밟고 지나려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던 구간이다.
3코스 트레킹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잡고 나선 초등생,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 50대로 보이는 부부, 서울에서 내려와 심포~직포까지 비렁길 3·4구간을 트레킹 한다는 노신사와 할머니 두 분 등 대여섯 팀들을 만났다. 모두에게 새해 건강을 빌어본다.
때묻지 않은 안도의 동고지마을과 한국동란 아픔 서린 이야포해변
학동에서 안도로 가기 위해 자동차로 안도대교를 건넌다. 안도에서 가볼 만한 명소로는 안도항과 당 숲, 동고지, 서고지, 안도해변, 이야포해변 등이 있다.
안도항은 바다에서 들어가는 입구는 좁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서면 한반도 지형을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호수 같은 잔잔한 바다 위에 어선들이 시름을 잊고 정박해 있는 모습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새해 벽두부터 바다에 나가 미역과 톳을 채취해 돌아오는 안도마을 주민들 © 양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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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입구를 가로지르는 철제 보도교를 따라 당 숲까지 걸어가면 섬마을의 고즈넉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선착장 앞은 낚시 포인트여서 강태공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안도해변은 동고지로 넘어가는 길목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망망대해에서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시원스럽고 모래사장이 완만해 여름철 가족 단위의 피서나 캠핑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안도항에서 2km 남짓 거리에 있는 동고지는 안도의 동쪽에 있는 '곶'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부터 11번째 명품마을로 지정되어,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다. 하지만 가는 길이 농로 같은 외길 인데다 아찔한 낭떠러지 구간이 많아 초보자들은 운전을 극도로 주의를 해야 한다. 가다가 차량을 만나면 군데군데 조성된 공터까지 후진하기 가까운 차량이 양보해야 한다.
이야포 몽돌해변은 안도의 남쪽에 있다. 이야포라는 이름은, 어부들이 고기를 잡으며 능률을 높이기 위해 ‘이야, 이야’ 하며 가락을 맞추는 소리에서 따왔다고 한다. 깊은 만(灣)에 형성된 이야포 몽돌해변은 바다 건너 연도(소리도)가 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이다.
하지만 이곳은 한국전쟁이 한창인 1950년 8월 3일 큰 비극이 일어났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미군 폭격기가 무고한 피난선을 폭격해 배에 있던 피난민과 주위에서 고기 잡던 어부 10명이 희생을 당했다.
서고지는 안도대교 건너기 전 좌측으로 700~800m 떨어진 곳에 있다. 서고지항 건너편 좌측으로는 보도교로 연결된 대부도가, 정면으로는 금오도 장지마을과 망산이 마주하고 있다. 보도교 중간에 서면 멀리 안도대교가 아름답게 보이고, 대부도에 마련된 낚시 좌대 앞 낚시객들의 모습도 보인다.
서고지 보도교에서 바라본 풍경. 좌측 멀리 금오도 망산과 가운데 안도대교가 보인다 © 양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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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고흥 국도 따라 ‘섬섬백리길 5개 대교’ 드라이브는 환상적 보너스
금오도 함구미에서 백야도로 돌아와 이번엔 드라이브에 나선다. 여수~고흥 간 국도 77호선 백리섬섬길(39.1㎞) 중 서쪽 구간인 화양조화대교~둔병대교~낭도대교~적금대교~팔영대교 등 5개 대교 좌우로 펼쳐지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은 세계 어느 명품 해안에 견줄만하다.
멀리 고흥 팔영산과 가운데 낭도대교/사진=여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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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는 섬섬백리길 동쪽 구간, 백야~제도~개도~월호도~화태도를 연견하는 4개 대교가 완성되면 고흥과 돌산을 연결하는 일레븐브릿지(11개 대교)기 모두 완성된다. 여기에 여수~남해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이 연결되면 여수여행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 금오도 트레킹 & 안도 5명소, 섬섬백리길 여행 일정표
08:40 백야도선착장(여수 화정면) 도착
09:05~09:55 백야도선착장 출발~금오도 함구미선착장 도착(차량 탑재)
☎ 배편 문의 : 신아해운 061)665-6565
10:00~10:30 금오도 직포선착장 도착(차량)
10:30~12:10 금오도 비렁길 3코스(트레킹)
*직포~학동마을까지 차량 이동은 일행이 담당(택시 이동 시는 요금 8000원선)
12:10~12:40 금오도 학동마을 출발~안도마을 도착(차량)
12:40~13:20 안도마을 점심(백반, 백송식당)
13:20~15:40 안도항→안도해변→동고지→이야포→서고지 순으로 관람(차량)
15:40~16:10 서고지 출발~금오도 함구미선착장 도착(차량)
16:25~17:20 함구미~백야도 선착장 도착
17:20~17:50 여수~고흥 간 섬섬백리길 드라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