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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섬 관광 활성화 사업’ 성공하려면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3/02/23 [15:48]

[칼럼] ‘섬 관광 활성화 사업’ 성공하려면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3/02/23 [15:48]

그리스 에게해에 세계 최고의 섬 관광지 산토리니가 있다. 우리나라 울릉도의 크기인 이 섬의 결정적 매력은 무엇일까? 관광의 목적은 자연이 만든 것과 인간이 이룬 것을 보고 즐기는 것이다. 산토리니는 에게해의 멋진 바다와 화산섬, 그리고 아름답게 조성된 마을까지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둘 다 갖췄다.

 

산토리니의 인구는 관광산업에 힘입어 급증하고 있다. 1970년대 초에 6000여 명에 불과하던 인구는 2011년 1만7000 명, 2022년에는 2만 명을 넘어섰는데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관광업 활성화로 새로운 비즈니스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 전체의 인구 추이와는 정반대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3382개의 섬을 가진 섬의 대국으로 유인도는 464개에 이른다.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우리의 섬들은 결코 그리스의 섬들에 뒤지지 않는 천혜의 관광자원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제주도를 제외한 섬 관광은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으며, 대다수 섬의 인구는 급감하는 추세다.

 

이런 현실에서 전남 신안군의 퍼플섬이 지난 2021년 12월 유엔세계관광기구가 선정하는 ‘세계 최우수 관광 마을’로 선정돼 모두를 놀라게 했다. 더욱이 세계적인 인기 그룹 BTS의 상징색(보라)과 맞물리면서 지난해에는 외국인 포함 38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이제 퍼플섬은 입장료 수입과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글로벌 관광지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그만 섬인 신안군 퍼플섬이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된 데는 전라남도가 2015년부터 추진했던 ‘가고 싶은 섬 사업’이 토대가 됐다. ‘가고 싶은 섬 사업’은 자연경관이나 문화유산이 뛰어난 섬을 선정, 5년간 섬당 50억 원을 투자해 매력적인 생태 관광지로 조성하는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퍼플섬 외에도 여수 낭도, 손죽도, 고흥 연홍도, 보성 장도, 강진 가우도, 완도 생일도, 소안도, 진도 관매도, 신안 기점·소악도 등이 명품 섬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전남도의 섬 가꾸기 선정 사업은 지난해까지 24개 섬을 끝으로 종료됐지만 2027년 사업 종료 시까지 총 106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전국 5개 섬을 대상으로 ‘가고 싶은 K관광 섬 육성 사업’ 공모를 추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육지와 연결되지 않은 유인도 5곳을 다음 달 최종 선정해 향후 4년간 국비 100억 원씩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또한 경상남도는 2022년부터 3년간 3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하는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섬 관광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성공적 사업의 결실을 위해 그동안 추진해온 섬 관광 사업의 문제점은 없는지 냉철하게 짚어볼 때가 됐다. 섬 관광 사업의 핵심은 섬 주민과 하나 되어 그 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정체성 확보를 통해 내국인은 물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도 한번은 가보고 싶은 품격있는 섬으로 관광브랜드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주 여건에서부터 관광기반 및 서비스 부분까지 테마의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의 섬 관광 육성정책은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살거리 등 관광 콘텐츠와 더불어 교통 인프라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실제로 섬 관광지를 가보면 유지보수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둘레길이 다반사다. 심지어는 테크가 망가져 있기도 하고 우거진 잡풀로 트레킹을 진행할 수 없으며, 밥 먹을 식당도 없다. 방문객을 배려하는 편의 시설은 없는데도 마을 공동체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만 번듯하게 지어놓고 빈 채로 두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섬에 대한 접근정보가 미비해 여행객 스스로 계획을 세워 다녀오기가 쉽지 않다. 그 외도 여객선의 잦은 결항과 비싼 요금, 섬 내 교통편이 제대로 연계되지 않은 점도 섬 관광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앞으로 정부와 지자체는 사업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사후관리까지 심도 있게 검토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제2의 퍼플섬이 나오고, 그리스 산토리니 같은 명품 글로벌 관광지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상기 내용은 2. 23일자 '브릿지경제' 신문[브릿지 칼럼]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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