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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섬 식수난, 근본대책 세워야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2/12/29 [17:16]

[칼럼]섬 식수난, 근본대책 세워야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2/12/29 [17:16]

흔히 섬의 3대 생존조건으로 ‘물·불·발’을 꼽는다. ‘물’은 마시고 씻을 수 있는 식수, ‘불’은 전기와 가스, 그리고 ‘발’은 여객선 운항을 말한다. 이 중에서도 첫 번째는 당연히 생존의 기본인 물이다.

 

유년시절 고향 섬에서 물 부족으로 겪었던 기억은 아직 씁쓸하다. 가뭄 때면 여지없이 물 전쟁이 일어나곤 했다. 야밤을 틈타 리어카와 물지게를 대동한 이웃 마을 사람들이 동네 우물물을 길어갔다. 마을에서는 우물 주위로 목책을 설치하고 열쇠까지 채웠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자 돌아가며 보초를 섰다. 달밤 빈손으로 돌아가던 이웃 마을 사람들의 그림자가 안타깝기만 했다.

 

세월이 흘러 1970년대 말 섬은 연륙이 되고, 상수원 댐을 막아 집마다 수도꼭지가 연결됐다. 전기도 들어오면서 ‘물불발’ 문제가 해결됐다. 고향 섬처럼 우리나라 섬의 ‘물불’ 문제는 대부분 해결됐으며, 연륙이 안 된 섬의 ‘발’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부터 근 1년여 동안 남해안을 중심으로 이어진 50년 만의 가뭄을 보면서 많은 섬의 ‘물’ 문제가 아직 미완임을 알게 됐다. 물론 이번 가뭄은 전남·경남 등 남해안 지역 전반의 문제지만, 섬 지역은 더 빨리 식수가 고갈되는 구조여서 가뭄 피해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완도군이 피해가 제일 컸다. 지난달 14일 기준 완도지역 평균 강수량은 730㎜로 평년(1427㎜)의 절반(51.1%)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인구 7889명인 노화·보길도는 올해 3월부터 2일 급수, 6일 단수를 시행하며 현재까지 230일 이상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

 

통영 욕지면도 예외가 아니다. 욕지저수지 저수량은 현재 20%대로 격일제 급수를 하고 있어 주민과 관광객 모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그나마 욕지 본도는 나은 편이고, 노대도·욕지도·우도 등 우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부속 섬들은 물이 말라 생수 페트병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가뭄이 내년 2월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지자체, 섬 주민들과 함께 가뭄 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가뭄 지역에 급수차와 생수 페트병을 긴급 지원하고, 대형 관정과 해수 담수화 선박투입, 해수담수화 시설과 지하수저류지 조기 완공에 나서기로 했다. 신안군은 양변기 수조에 넣는 벽돌 3만 개를 보급해 ‘물사랑·물절약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기상이변으로 발생한 남해안의 장기 가뭄이 앞으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근본적이냐는 것이다.

 

한국섬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유인도 464개소의 식수 시설은 간이상수도 154(33.1%), 광역상수도 99(21.3%), 지방상수도 78(17.0%), 해수담수화 33(7.1%), 지하수 25(5.4%), 기타 74(16.1%) 등이다.

 

섬의 식수는 육지와 달라 그 섬의 수원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비가 와야 식수가 모이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가까운 육지의 댐에서 해저 관로로 물을 끌어와 급수하는 광역상수도 공급망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섬 주민의 기본적 생존 자원인 물 부족으로 소중한 삶의 터전이 황폐해지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섬의 식수 실태를 촘촘히 들여다보고, 섬마다 특성에 맞는 가뭄대책을 마련하길 촉구한다.

 

                                           * 상기 내용은 12. 29일자 '브릿지경제' 신문[브릿지 칼럼]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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