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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태풍으로 무산된 ’섬의 날‘ 행사가 남긴 교훈

임영태/연안환경보전연합회 이사장·한국섬중앙회 상임이사 | 기사입력 2023/08/11 [17:55]

[기고] 태풍으로 무산된 ’섬의 날‘ 행사가 남긴 교훈

임영태/연안환경보전연합회 이사장·한국섬중앙회 상임이사 | 입력 : 2023/08/11 [17:55]

지난 8일 경북 울릉군에서 개최 예정이던 ‘제4회 섬의 날’ 행사가 태풍 ‘카눈’으로 무산됐다. 이번 섬의 날 행사는 경북 울릉군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국가 행사로 울릉군은 행사의 성공을 위해 특별히 심혈을 기울였다.

 

애초 섬의 날 행사에 정부와 광역지자체, 섬을 보유한 36개 시군 등에서 600여 명의 내외빈이 울릉도를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개최지인 울릉도의 주민 참여는 어느 정도 일지 미지수였다.

 

주최 측인 행안부에서는 행사 참가를 희망하는 다른 섬 주민의 참여를 독려하는 활동을 진행했으나 실제 참여로 이어지는 적극적인 지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 지자체에 문의 결과, 공무원들의 참여는 해당 지자체의 필요에 따라 편차가 컸다. 섬 박람회 등 관련 행사를 준비하는 지자체는 홍보 목적으로 참여 공무원 수를 늘렸고, 일반적인 행사 수준으로 받아들인 지자체는 부스 운영을 위한 인력 3~5명 정도로 꾸렸다.

 

또한 섬의 날 행사에 다른 섬 주민들이 참여하고 싶어도 대부분의 지자체에 관련 예산이 편성돼 있지 않아서 사실상 참여가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 지자체에서는 “섬 주민의 참가비가 예산에 책정돼 있지 않기에 굳이 참가를 희망한다면 개인적으로 운임비와 숙박비를 내고 참가하면 된다”는 식으로 다소 무책임한 대응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섬의 날 행사를 행안부가 전국의 섬 주민이 주인공이 아닌 개최지 섬 주민만을 위한 행사로 인식하고 있고, 배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섬의 가치를 알리는 국가 기념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뒷맛이 씁쓸하게 남는 이유다.

 

더욱이, 지난해 ‘제3회 섬의 날’ 군산행사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섬의 날 행사는 섬 주민들의 날로 섬 주민들이 주인공이어야 하고, 전국 섬 주민들이 참여하는 축제의 날이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장관의 인사말을 상기하며 제4회 섬의 날 행사에 섬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해 달라는 공문을 지난 6월 27일 행안부에 보낸 바 있다. 하지만 행안부는 "지자체를 통해 참가 신청을 하라"며 관 주도의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섬 주민을 대표하는 행안부 소관 단체로써 한계를 뼈저리게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또한 한국섬진흥원이 행안부로부터 약 1억원 행사 보조금을 지원받아 진행한 ’섬의 날‘ 포럼에서도 섬 주민과 단체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진흥원 측에 ▲섬 주민 참석 ▲섬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 포럼 주제 선정 ▲토론 참여 등을 을 요청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그러면서 섬 포럼은 학생들을 초청해 해외 선진국 섬 벤치마킹을 위주로 진행했다.

학계가 섬 소멸시대, 우리나라 섬의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 대책을 도출해 줄 것을 기대했으나 여전히 섬 주민의 의견은 무시되고, 그저 행사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결국, 울릉도 행사는 태풍으로 무산됐지만 제대로 진행됐다고 해도 정작 섬 주민 참여나, 섬 단체의 제안은 일체 반영되지 않는 허탈감만 남겼을 것이다.

 

아울러 차제에 매년 8월 8일에 개최하는 섬의 날 행사를 비수기로 옮기는 방안의 검토도 제안한다. 성수기인 8월은 관광업으로 먹고 살아가는 섬 주민들이 적극적 참여가 어렵기 때문이다. 개최지 현지에서도 섬 주민의 행사 참여가 사실상 어려워 대리인을 내세워 자리를 채우게 됨으로써 행사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내년 충남 보령에서 개최되는 '제5회 섬의 날' 행사는 이러한 문제점들이 개선되어 섬에서 사는 분들이 주인이 되고, 섬 주민과 호흡하는 국가 행사가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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