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섬등반도가 아름다운 '국토 최서남단의 섬'...신안 가거도

마음먹고 가야 하지만 그만큼 매력 있는 섬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3/06/22 [11:15]

섬등반도가 아름다운 '국토 최서남단의 섬'...신안 가거도

마음먹고 가야 하지만 그만큼 매력 있는 섬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3/06/22 [11:15]

거거도 해뜰목의 일출


#보이니까 또 가서 마침내 살만한 곳이라고

 

국토 최서남단 신안 가거도로 가는 길은 험했다. 목포에서 직선거리로 136km, 뱃길로 230km 떨어진 가거도는 목포항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 거리다. 인천에서 백령도까지의 거리와 비슷하지만, 파도의 출렁임은 더 크게 감지된다. 선창(船窓)으로 내다본 목전의 바다는 잔잔한듯하지만, 시야를 조금 멀리하면 성곽처럼 일렁이는 파도의 모습이 보인다.

 

회룡산 입구에서 바라본 가거도항

 

가거도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의 해상 길목이자 경계를 이루는 섬으로, 행정안전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선정한 ‘2023년 올해의 섬’ 이기도 하다. 흑산도에서도 남서쪽으로 88㎞ 떨어진 먼바다에 있는 섬이지만 어종이 풍부하여 사람들이 살만한 곳이라 하여 ‘가거도(可居島)’라 불리게 됐다. 옛 기록에는 아름답다는 의미의 ‘가가도(可佳島)’로 나와 있고 일제강점기에는 ‘소흑산도’라 칭하기도 했다.

 

거거도 중심지 대리마을


60~70년대만 해도 보리밥과 고구마로 간신히 끼니를 때워야 했던 섬이다. 얼마나 오지였으면 6.25 전쟁이 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전쟁이 종료되고 나서야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가거도항에 서 있는 조태일 시인의 시비(詩碑)는 이 섬에 대해 잘 진술해주고 있다.

 

“너무 멀고 험해서/ 오히려 바다 같지 않은/ 거기/ 있는지조차/ 없는지조차 모르던 섬// 쓸 만한 인물들을 역정 내며/ 유배 보내기 즐겼던 그때 높으신 분들도/ 이곳까지는/ 차마 생각 못 했던// 그러나 우리 한민족 무지렁이들은/ 가고 보이니까 가고 보이니까 또 가서/ 마침내 살만한 곳이라고/ 파도로 성 쌓아/…. (중략)…./한데 어우러져 보란 듯이 살아오던 땅//”

 

#척박함은 옛말, 밀려드는 관광객과 방파제 공사로 4계절 분주

 

울창한 원시림의 가거도


하지만 지금의 가거도는 다르다. 가거도에 자생하는 후박나무껍질이 약재로 쓰이면서 한때 ㎏당 8000원에 팔려 딱히 돈벌이가 없었던 가거도 사람들은 하나같이 후박나무를 밭에 심었다. 그러나 한동안 잘 나가던 후박나무껍질이 중국산에 밀려 3000원으로 하락하면서부터 이제는 채취하지 않게 됐다. 대신, 벌거숭이였던 가거도는 울창한 원시림으로 변모했다.

 

해뜰목에서 본 가거도 동쪽 해안 모습


가거도는 홍도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해안과 기암괴석으로 이뤄져 있다. 홍도가 여성스러운 섬이라면 가거도는 남성스럽고 선이 굵은 모습이다. 생김새도 비슷하다. 남쪽에 대표 항구가 있고 남북으로 긴 산줄기가 펼쳐지고, 북단 끝에는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 그러다 보니 먼 뱃길을 감수하고서라도 관광객들이 찾는 그런 섬이 되었다.

 

50대 초반으로 대리마을에서 라이브카페를 운영 중인 김주일 씨는 “가거도는 사계절 밀려드는 관광객들과 낚시꾼들로 바쁘다”라며 “특히 겨울에는 돔류 낚시꾼들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말한다. 가거도 바다는 난류와 한류가 교차해 멸치를 비롯해 조기, 갈치, 다랑어, 돔류 등 다양한 어족자원들이 풍부하다고 한다.

 

방파제 공사에 쓰이는 건설 장비들과 가거도항


또한, 국토의 최서남단에서 우리 땅을 의연하고 지키고 있어 국가 차원에서도 중요한 자산이다. 1979년부터 채석장에서 채취한 돌과 테트라포드(TTP)로 조성되는 가거도항 방파제 공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태풍의 길목에 위치해 방파제 공사를 수십 년째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8월 태풍 무이삭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날 때는 방파제를 받치던 64톤짜리 테트라포드가 가거도 민박집 앞까지 날아왔다고 한다.

 

#신안군은 물론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도 가장 높은..‘독실산(犢實山)’의 위용

 

독실산 정상에서 바라본 가거도 동남쪽의 모습


가거도는 독실산(犢實山, 639m)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실산은 신안군에서는 물론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최고봉이다. 송아지 독(犢), 열매 실(實) 자를 쓰는데 우리말로 해석하면 송아지 열매라는 뜻이다. 가거도 사람들은 이 송아지 열매가 후박나무 열매를 의미한다고 풀이한다.

 

거거도등대 가는 길에 바라본 대풍마을 전경


가거도의 3개 마을은 이 독실산 자락에 형성되어 있다. 1구 대리마을은 남쪽, 2구 항리마을은 서쪽, 3구 대풍마을은 동쪽에 있으며 총 290여 가구에 5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예전 전성기의 1/10 정도라 한다. 오래전 폐교가 된 대풍리 분교만 해도 한때 300여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었단다. 가거도항이 위치한 1구 대리마을은 민박집과 식당, 보건소, 초등학교 등이 자리 잡아 여전히 번화가이다.

 

대리마을 우측에 자리한 회룡산에 올라가서 보면 가거도항 방파제와 그 앞에 옹기종기 모인 집들, 동개몽돌해변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김부련 열사 추모비와 흉상


대리마을에는 ‘가거도 멸치잡이 노래’ 기념비와 김부련 열사의 흉상 등 역사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가거도 멸치잡이 노래는 서남해를 대표하는 뱃노래로, 1988년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22호로 지정됐다. 김부련 열사는 가거도 출신으로 서라벌예대 재학 중 4·19의거에 참여했다가 경무대 앞 시위에서 총탄에 희생됐다. 2013년 6월 12일 가거도출장소 앞에 김 열사의 정신을 추모하는 흉상을 건립했다.

 

#대낮에도 깜깜할 정도의 원시림, 그리고 아름다운 가거도등대(백년등대)

 

섬등반도에서 바라본 독실산 정상


해안선 길이 22㎞로 꽤 큰 섬인 가거도는 시멘트 도로가 3개의 마을을 연결한다. 독실산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섬 중간쯤에 자리 잡고 있다. 가거도항에서 시작하여 시멘트 도로(전체 트레킹 중 약 60% 차지)와 산길을 이용해 독실산과 가거도등대, 섬등반도 등을 종주하면 약 25km에 이른다. 거리도 거리지만 섬이 가파르고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 한꺼번에 종주하기에는 무리다.

 

독실산 제2전망대에서 바라본 신선봉과 섬등반도(좌측)

 

따라서 시멘트 도로 구간은 민박집에서 제공한 트럭으로 이동하고 ▲독실산삼거리~정상~백년등대~신선봉~항리~섬등반도까지를 1구간으로 ▲대리마을(선착장)~회룡산~샛개재~달뜰목~해뜰목~회룡산을 2구간으로 구분해 트레킹 하면 수월하다. 

 

독실산 정상에서 가거도등대 가는 길


독실산 정상에서 북쪽 가거도등대 가는 숲길은 아마존의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숲 안으로 들어서니 대낮인데도 깜깜할 정도로 상록수림이 숲지다. 그러나 온도가 25도가 넘으면서 습기가 많은 여름철부터 산거머리가 활동하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거도 등대


가거도등대는 국가등록문화재 제380호 지정됐다. 1907년 무인 등대로 축조했다가 주변 해역의 통항 선박 증가에 따라 1935년 유인 등대로 증축한 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과거 이곳 등대지기들이 대풍마을 아이들을 가르쳐 육지의 학교로 진학시키면서 가거도 높은 향학열기의 시발이 되었다고 한다.  

 

 

등대 아래쪽엔 전남 기념물 제130호로 지정된 ‘가거도 패총’이 있다. 가거도 패총에서는 신석기시대의 조개더미인 소라, 패각, 바다동물 치아 등과 토기, 석기 등이 출토됐다. 이 척박한 땅에 신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다고 하니 인간의 생존능력에 경탄할 뿐이다.

 

#가거도 최고의 비경 ‘섬등반도’,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곳

 

 항리에서 바라본 섬등반도


섬등반도는 가거도 북쪽 목을 지키고 있는 항리의 서쪽으로 길게 뻗은 반도이다. 해안선을 따라 반도 전체가 주상절리를 이루고 있어 ‘섬등’ ‘병풍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섬등반도는 거대한 성벽처럼 보이기도 한다. ‘섬등’이라는 지명은 ‘성등(城墱)’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한다. 성벽 성(城)에 고개 등(墱)을 의미한다.

 

섬등반도 가는 길


섬등반도는 2020년 9월 국가 명승으로 지정됐다. 공룡의 척추 모양을 지니고 100m 높이의 해안절벽이 가파르게 솟아 서쪽으로 뻗어 나가, 굴업도의 개머리 언덕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굴업도보다는 훨씬 힘이 넘치고 남성적이다. 이곳은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곳이기도 하다.

 

섬등반도 가는 길목의 송년우체통.


항리마을은 한때는 초등학교가 있을 만큼 북적거릴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몇 가구 남지 않은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영화 ‘극락도살인사건’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영화 '극락도살인사건'의 촬영지


가거도는 찾아가기가 힘들어 정말 마음먹고 가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매력 있는 섬이라 한번 가면 다시 찾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다. 다만, 한 사람당 왕복 13만원에 달하는 여객선 비용이 큰 부담이다.  

 

〈가거도 트레킹 일정표〉

 

1) 여객선 예약 : 여객선 예약·예매사이트 ‘가보고싶은섬’

 

2구 항리마을에서 섬등반도 가는 길


2) 가거도 여행 1일 차

    07:30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도착 08:10 목포항 출항

    12:10 가거도항 도착

    12:20 대리마을 민박집 (가거도 중앙장민박) 12:30 점심

    13:30 가거도등대 도착(트럭 이용)

    13:55 독실산 삼거리 도착(트럭 이용)

    14:00-16:50 독실산~제1전망대~제2전망대(480m)~신선봉~항리 트레킹(4㎞, 2시간 50분, 난이도 상) 

    16:50-18:00 항리~섬등반도 왕복 트레킹(2㎞, 1시간 10분, 난이도 중)

    18:00-19:40 항리~대리마을(시멘트 도로) 트레킹(5.3㎞, 1시간 40분)

    19:50 민박집 저녁 후 휴식

 

동개몽돌해변의 여명

 

3) 가거도 여행 2일 차

    04:30 기상

    04:40-06:30 민박집(대리마을)~동개몽돌해변~가거도초교~해뜰목~달뜬목~샛개재~민박집

                    (4.3㎞, 1시간 50분, 난이도 중)

    06:40 민박집 조식

    07:30 가거도항 출항

    12:10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도착

 

4) 추천사이트 : 여객선 예약예매 사이트 : http://island.haewoon.co.kr/

                         대한민국 구석구석 : https://me2.do/FmVP6lkg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경기도 인천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