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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102) 은하수 시거리가 이야기꽃 피우는...여수 초도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4/01/19 [09:23]

[섬여행](102) 은하수 시거리가 이야기꽃 피우는...여수 초도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4/01/19 [09:23]

여수 손죽도 삼각산 오르는 길에서 바라본 초도군도. 


섬은 또 다른 섬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온다. 2021년 5월, 찔레꽃 향기 짙은 손죽도를 트레킹하면서 삼각산 좌측 에메랄드빛 수평선 너머로 한 무더기의 섬들을 보았다. 초도군도(草島群島)였다. 그중에서도 삼각형으로 오뚝 솟은 대장 섬이 눈에 들어왔다. 우이도나 낭도의 상산봉처럼, 초도 상산봉(上山峰, 339m) 역시 서기(瑞氣)가 느껴졌다.

 

봄 벚꽃도 좋지만 겨울 동백도 좋은, '풀섬' 초도

 

그 뒤 고흥 녹동항에서 카페리를 타고 거문도를 가면서 초도를 더욱 가까이에서 보았다. 다시 그곳 상산봉을 가고픈 열정에 가슴이 뛰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맥동을 지그시 눌러두었다. 그리고 새해 첫 트레킹으로 초도 상산봉 트레킹에 나선다.

 

초도 의성항에서 바라본 의성마을과 상산봉


초도는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67km, 거문도에서 북쪽으로 25km 지점에 위치한다. 풀이 많은 섬이라 하여 초도(草島)라 이름 붙여졌다. 섬은 대동(대동·예미·녹향마을), 의성(의성·경촌마을), 진막(진막·정강마을) 3개 리에 7개 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초도는 본섬 외에 중결도, 동글섬, 진대섬, 구무섬, 안목섬 등 25개의 부속 섬을 거느리고 있다. 여수시 삼산면사무소에 의하면 1월 현재 인구수는 219세대, 365명에 이른다.

 

 상산봉에서 바라본 초도의 북쪽. 경사면에 골짜기들이 잘 형성되어 있어 사람 살기에 좋다

 

초도 상산봉은 남북으로 뻗은 주 능선을 아우르며 경사면과 골짜기들을 섬 여기저기에 펼쳐놓았다. 그래서 섬치고는 농경지가 많아 주민 대부분은 농업과 어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다. 농사로는 고구마, 마늘, 보리, 콩, 배추, 무 등이 재배되고 인근 바다에서는 전복과 해삼, 뿔소라, 문어, 삼치, 꽁치, 전어 등과 김, 미역 등의 해산물 채취도 활발하다.

 

상산봉에 오르면 남해의 보석, 거문도와 여서도도 한눈에

 

여수항에서 아침 7시 50분에 출발하는 웨스트그린호를 타고 초도 의성항에 도착하니, 10시 40분이다. 선착장에는 여객선 도착·출항 시간에 맞춰 운행하는 마을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쾌속선에서 내린 승객 대부분이 버스에 오르자, 24인승 마을버스는 어느새 만원이다.

 

바람재에서 상산봉 오르는 길

 

버스를 타고 의성마을과 대동마을을 가르는 바람재에 도착해 상산봉 트레킹을 시작한다. 바람재에서 상산봉까지는 1.5km로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이다. 초도는 봄에 오면 일주도로의 벚꽃과 상산봉의 야생화가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나무가 성장을 멈추고, 허공에 몸을 맡긴 채 묵언 수행을 하는 겨울의 트레킹도 좋았다. 바다에서 불어온 찬 바람은 마음속 티끌을 몰아내고, 평온을 가져다 준다.

 

(사진 위) 상산봉 아래. (사진 아래) 상산봉 오르는 길의 초도 바다 풍경


상산봉은 오를수록 초도에서 가까운 섬부터 하나둘씩 호출한다. 이어 손죽도와 소거문도, 평도, 광도 등 손죽군도의 섬들과 완도의 생일도와 청산도, 고흥의 시산도와 거금도 등을 불러낸다. 마침내 정상에 이르자, 남서쪽 먼바다의 섬들까지 소환한다. 거문도와 백도, 여서도 등 초도에서 많게는 30~40km 떨어진 섬들이다. 

 

(사진 위) 좌측 멀리 손죽도와 소거문도. (사진 아래) 정상 남쪽의 거문도(우측)와 백도(좌측)


일출이 아름답다는 상산봉 정상에는 초도 출신 김진수 시인의 시가 걸려있다.

 

〈초도에 가면/ 김진수〉

 

가슴에 별이진 사람 초도로 가라

 

여수항 뱃길로 48마일

삼산호, 신라호, 덕일호, 훼리호

순풍호, 데모크라시, 줄리아나 오가고

뱃길 빨라질수록 발길은 멀어져도

해초처럼 설레는 낭만은 있다

 

아침이슬 소바탕길로 상산봉에 오르면

낮고 낮은 햇살에도 퍼덕이는 금비늘

희망은 가슴 터질 듯 수평선에 이르고

달빛 수줍은 갯바탕길을 따라

은하수 시거리가 이야기꽃 피우는

초도, 그 풀섬에 가면

아직도 총총한 별들이 뜬다

 


붉은 동백꽃의 향연과 고즈넉한 정강해수욕장의 정취

 

겨울, 남해안 어느 섬엔들 동백꽃이 아름답지 않겠는가마는 초도의 동백꽃은 컴컴한 무대에 불이 갑자기 켜지듯 환하게 다가온다. 상산봉에서 정강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초입은 그동안 보이지 않던 동백꽃의 나라다. 길을 조성한 지 오래되어 나무계단이 삭아 있고, 잡풀이 거친 구간도 있지만 동백과 소사나무 등으로 이뤄진 숲은 원시적 느낌을 준다. 그 길에 동백꽃 화염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사진 위) 상산봉에서 정강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의 동백꽃. (사진 아래) 동백나무숲


상산봉 남쪽 끝자락의 정강해수욕장은 초도에서 유일하게 모래로 이뤄진 해수욕장이다. 아담한 해수욕장은 겨울이라서 그런지 더욱 고즈넉하게 느껴진다. 두 손으로 모래를 한 움큼 쥐어봤더니, 손가락 사이로 금세 스스로 빠져나가 버린다.

 

초도 남쪽에 위치한 정강해수욕장. 고즈넉하여 멍때리기에 좋은 장소다


경사가 완만하지만 밀고 들어오는 파도의 파장은 제법 힘차다. 여름철 가족 단위의 조용한 피서지로 그만일 것 같다. 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이 백사장까지 흘러들어 물놀이 후 마음껏 몸을 씻을 수도 있다. 말발굽처럼 형성된 정강해수욕장에서 시야를 멀리하니 우측으로 거문도가, 그 옆에 백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제주 출신 해녀들이 산다는 진막마을과 모세의 기적

 

정강해수욕장에서 일주도로로 회귀하여 진막마을로 향한다. 산허리쯤을 깎아 조성한 일주도로는 굽이굽이 시원스럽고 한적하다. 연륜이 상당한 벚꽃 나무들이 가로수를 이루고 있다. 꽃피는 봄이면 옹진 신도나 장봉도의 벚꽃길처럼 아름다울 것 같다.

 

정강해수욕장~진막마을 간 일주도로. 봄이면 아름다운 벚꽃을 볼 수 있다

 

진막마을은 상신 기슭 서쪽에 안온하게 자리 잡고 있다. 폐교된 분교는 펜션으로 활용되고 있고, 마을 중심에 자리 잡은 260년 된 팽나무가 이 마을의 역사를 말해준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에게 “제주도에서 온 해녀들이 이곳에 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초도의 해녀들은 이곳에만 있느냐”고 물었더니, “진막에는 6명의 해녀가 있고 인근 대동리와 의성리에도 비슷한 수의 해녀들이 산다”고 답한다.

 

(사진 위) 상산에서 바라본 진막마을. (사진 아래) 선착장에서 바라본 진막마을

 

마을에서 내려와 바다로 고기잡이에 나섰다가 방금 돌아온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부를 만났다. 고기를 많이 잡았느냐 물었더니, 요새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며 양동이를 비스듬히 보여준다. 양동이의 1/4가량을 붕장어와 문어, 전어 등이 채우고 있다.

 

진막마을 안목. 물이 많이 빠지면 진막~안목섬 간에 바다 갈라짐 현상을 볼 수 있다


진막마을은 모세의 기적을 연상시키는 진막~안목섬 간 바다 갈라짐 현상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오늘은 물때가 맞지 않아 이색 풍광을 보지 못하고, 초도에서 가장 큰 대동마을로 발길을 옮긴다.

 

대동마을에서 의성마을로..노부부의 끝없는 ‘자식 자랑’

 

대동마을에는 경찰서, 보건소가 있고 지금은 폐교되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터가 있다. 상산의 북서쪽 능선이 소쿠리 모양으로 만들어낸 골짜기에 마을이 자리 잡았다. 마을 앞 대동항은 태풍 시 인근 섬들의 배들이 모두 피항해도 좋을 만큼 크다. 대동항은 녹동에서 거문도를 오가는 카페리의 중간 기착지이기도 하다.

 

대동마을 선착장. 항구의 크기가 메머드급이다


대동마을에서 여수행 쾌속선을 타려면 바람재를 넘어 초도 동쪽의 의성마을로 가야 한다. 의성마을은 마을이 만 깊숙이 들어와 사람 살기에 좋은 모습이다. 의성항여객선터미널 못미쳐 작업복 차림으로 마을로 향하는 노부부를 만났다. 어디 다녀오시느냐 물었더니, “선착장에 있는 배에 페인트칠하고 온다”고 답한다. 노부부는 날이 풀리기만을 기다리며 바다에 나갈 준비를 벌써 하고 있나 보다.

 

(사진 위) 의성항. (사진 아래) 의성마을의 명물 500년 된 팽나무. 자신을 회생시켜 준 사람에게 '은혜를 갚은 나무'로 유명하다


어디에서 왔느냐 묻길래, 여수라고 했더니 금세 자식 자랑에 침이 마른다. 슬하에 2남 1녀가 모두 여수에 사는데 큰아들은 어느 공기업의 간부이고, 작은아들은 사업체를 운영하며, 딸은 팀장으로 연봉을 많이 받는단다. 올해 84살인 할아버지는 자신도 여수에 자주 오간다며 흐뭇해하신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 사방이 쑤시고 아프다며 다소 불편한 걸음걸이로 집으로 향한다. 한참 서서, 노 부부의 건강을 기원해 보았다.

 

1. 주소

    o 전남 여수시 삼산면 초도리

 

2. 가는 방법

    o 여수항↔초도

      - 여수항→초도(의성) : 07:50

      - 초도(의성)→여수항 : 12:30(평일), 15:20(토, 일)

        ☎ 문의 : 엘에스쉽핑(주) 061) 662-1144

 

 

    o 고흥 녹동항↔초도

      - 녹동항→초도(대동) : 07:00

        초도(대동)→녹동항 : 14:20

        ☎ 문의 : 평화페리11호 (평화해운) 061) 843-2300

 

3. 트레킹 코스

    o 의성항~바람재(버스)~상산봉~정강해수욕장~진막마을~대동마을~바람재~의성항

       (11.5km, 5시간 소요, 난이도 중)

    o 대동·의성항~바람재~상산봉~대동·의성항 왕복

       (5.2km, 2시간 20분, 난이도 하)

 

초도 광광 안내도 

 

4. 숙박 및 민박

    o 대동마을회관 : 010-5170-8588

    o 두산민박 : 010-3566-6346

    o 에덴민박 : 010-2868-3563

    o 무작정민박 : 010-5170-8588

    o 상산봉민박 : 010-8514-6443

    o 의성마을회관 : 061) 665-8561

    o 해양체험장 : 010-7466-2858

    o 초도짱낚시민박 : 010-7466-2858

    o 진막마을회관 : 010-8813-8633

    o 진막해녀촌 : 010-8813-8633

    o 초도스쿨펜션 : 010-8221-7499

       * 식사 가능 여부, 민박집에 사전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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