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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표류하는 섬 정책

양진형 대표 | 기사입력 2024/07/29 [15:24]

[칼럼] 표류하는 섬 정책

양진형 대표 | 입력 : 2024/07/29 [15:24]

섬은 우리 국민이 실질적으로 거주해야 하는 생활근거지이자 국가의 영토와 영해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국토의 울타리인 섬들로 인해 우리나라 영해는 육지의 3배 이상 크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섬은 문화와 관광, 무한한 생태자원을 가진 섬은 국가 미래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다.

 

이러한 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식 고취를 위해 2018년 3월 ‘섬의 날’이 법적으로 신설됐다. 그 후 정부는 매년 8월 8일을 ‘섬의 날’로 지정, 2019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운영하고 있다. 숫자 ‘8’은 무한(∞)한 섬의 잠재력과 가치를 상징한다. 또한 2021년 6월부터는 그동안 사용되던 도서(島嶼) 대신, ‘섬’이라는 순수 우리말 사용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동시에 1980년대부터 섬 주민 소득증대와 복지를 위한 섬 개발의 근간이 됐던 ‘도서개발촉진법’이 ‘섬발전촉진법’으로 개칭됐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아직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섬의 날’ 행사에서는 섬의 주인공인 섬 주민들을 만나 보기 어렵다. 섬 주민의 참여가 어려운 것은 해상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이 시기가 피서철과 겹치기 때문이다. 제3회 ‘섬의 날’에 군산의 어청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금이 한창 섬의 성수기인데 어디를 나가겠느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애초 섬의 날을 지정할 때 섬사람들의 의견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다.

 

또한 도서 대신 쓰기로 한 ‘섬’이란 단어 사용도 정착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소관 섬발전촉진법에서만 도서에서 섬으로 바뀌었을 뿐, 섬 정책을 실제 구현하는 일선 지자체의 조직도나 조례들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많은 곳에서 도서라는 명칭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소관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환경부 소관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보전에 관한 특별법’, 교육부 ‘도서벽지교육진흥법’ 등은 법명에서 여전히 섬 대신 도서가 사용 중이다.

 

그 뿐만 아니라 섬을 연구하는 학회에서도 여전히 ‘도서’가 들어간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도서, 특정도서, 무인 도서 등이 혼용되면서 섬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안부와 해수부는 공동으로 해양 영토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섬의 가치를 홍보하고 있다. 연초에 ‘올해의 섬‘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데 2023년에는 대한민국 최서남단에 위치한 신안 가거도를, 2024년에는 부안 상왕등도를 선정했다. 또한 행안부는 지난 2015년부터 해마다 계절별로 국민이 여행하기 좋은 섬을 지정해 발표하고 있으며 올해는 88개의 ‘찾아가고 싶은 섬’을 선정해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정작 섬 주민들에게는 시큰둥하게 다가온다. 선포한 섬의 교통과 의료, 교육 등 정주 생활 여건과 사후관리에 많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이에 대한 개선책은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거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정부가 마음대로 홍보만 할 뿐 해준 게 없고 생색내기에만 바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제부터라도 도서 대신 섬이 제자리를 잡도록 범정부적 차원에서 법체계부터 다잡고, 내실 있는 섬 정책이 실행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정부의 섬 정책이 섬 주민에게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고, 섬을 찾는 국민들에게도 신뢰와 즐거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칼럼은 브릿지경제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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