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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김민환 장편소설 '등 대'

김민환 지음/솔출판사/348쪽/1만6000원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4/07/03 [09:36]

[신간] 김민환 장편소설 '등 대'

김민환 지음/솔출판사/348쪽/1만6000원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4/07/03 [09:36]


소안도 ‘당사도 등대 습격 사건’을 주요 모티브로 삼아

 

전남 완도군 소안도의 소안 항구에 들어서면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라는 표지석이 제일 먼저 보인다. 이 표지석이 이 섬의 모든 것을 대변하듯 소안도는 독립 유공자 20명을 포함 88명의 항일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항일 운동의 섬이다. 이후 독립 운동의 근거지가 된 계기는 1909년 동학군 이준하 선생 등 6명이 일본인들이 세운 당사도(일명 좌지도) 등대에 잠입하여 시설물을 파괴하고 일본인 4명을 살해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

 

장편소설 「등대」는 소안도 ‘등대 습격 사건’을 주요 모티브로 삼은 소설이다. 작가는 이 땅의 불운하고 불완전한 ‘근대(近代)’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주인 된 나, 주인 된 백성, 주인 된 민족이 되는 것이야말로 바로 개벽의 지향점임을 결곡하고 강직한 문장과 ‘새로운 소설 형식’의 탐색 속에서 펼쳐 보인다.

 

동학사상을 통한 ‘한국적 근대’의 재정립 문제 깊이 천착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남녀평등의 수준을 넘어선 ‘侍天主’ 혹은 천지 만물이 각각 자기 안에 모셔진 채로 ‘낳고 낳는 [生生의] 여성성’, 즉 ‘영원한 神性으로서의 여성성’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물을 평등하게 다룬다는 점이 주목된다. 가령, 주인공과 섬주민이 된 이주 일본인의 딸이 서로 혼인하고 반제국주의 투쟁 [좌지도 등대 습격 사건]에 나서며 평화로운 섬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등대」는 동학사상(개벽 사상)을 통해 이 땅의 정치사 및 사회사에 대한 반성은 물론, 기층 민중의 실제 생활사를 새로이 해석하고 수용한다. 근대 한국이 겪은 문화적 정신적 피식민지 역사 속에서 창궐해 온 서구 중심주의와 사대주의 풍토를 깊이 반성하고 앞날에 탈근대 탈서구의 올바른 방향과 진정한 내용을 찾는 새로운 문학정신의 경지를 보여준다.

 

'서구 근대의 극복'을 품은 개벽적 소설 「등대」

 

그동안 한국문학계에서 동학은 수운의 삶과 사상의 깊이와 그 진실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채, 동학농민전쟁 중심으로 동학의 역사를 서사하는 데에 그친다. 한국문학은 동학을 사상과 역사를 하나로 통일하여 올바로 제대로 서사하지 못하고 ‘정치의식과 민중봉기 중심의 역사소설’ 범주에서 서술하는데 그친 것이다.

 

수운이 체험한 ‘하느님 귀신’과의 접신 현상은 한국인의 집단심리 속에 자리 잡은 ‘귀신’의 존재와 작용과 상통하며 이 ‘귀신’의 발현은 수운이 설파한 마음공부와 수련, 즉 ‘修心正氣’를 통해 이루어지는 바, 이 ‘귀신’과 ‘수심정기’의 작가 정신이 투철한 점에서 소설 등대는 ‘새로운 소설 정신과 새로운 형식’을 품고 있다. ‘개벽적 현실주의’라고 명명될 수 있는 점에서, 김민환의 「등대」는 한국문학사가 처음 접하는 ‘원시반본적 소설의식’을 품고 있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그 동학의 개벽 정신이 은밀하게 ‘개벽적 소설 의식’으로 이어지는 점에서, 한국소설이 일대 전기(轉機)를 맞이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뜻깊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단숨에 읽게 되는 소설, 남도 민요와 판소리처럼 애틋하고 절절

 - 정지창 문학평론가·전 영남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맛깔스런 전라도 사투리로 풀어쓴 동학의 가르침은 청년들의 가슴에 스며들어 저절로 행동에 나서도록 만드는 무위이화(無爲而化)의 샘물이다. 도올의 「동경대전」과 「용담유사」가 지식인을 위한 학술적인 해설서라면, 김민환의 「등대」는 흥미진진한 대중용 동학 안내서라고 하겠다.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는 이 소설은 굽이굽이 이어지는 남도의 민요와 판소리처럼 애틋하고 절절하다. 올해가 수운 최제우 선생 탄신 200주년과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이니, 뜻있는 독자들은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김민환(金珉煥) 작가

 

작가 김민환은 2021년 장편소설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난다」(2021)로 이병주국제문학상, 노근리평화상 문학상을 받았다. 이외 장편소설 「담징」(2013), 「눈 속에 핀 꽃」(2018)이 있다. 전남대·고려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국언론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명예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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