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이 다가오니 소안도에 가고 싶었다. 소안도는 일제강점기에 무려 89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하여 ‘저항의 섬’이라고 불린다. 여의도 세 배 정도의 크기인 이 섬을 걸으며 암울한 시절, 이타적인 삶을 살다 간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고 싶었다.
여수에서 승용차로 아침 6시에 출발하여 완도 화흥포항을 향한다. 완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는 청산도, 여서도, 추자도, 제주도 방면의 배가 뜨는 반면 화흥포에서는 노화도와 보길도, 소안도행 배가 뜬다. 소안도는 동쪽으로 청산도, 서쪽으로는 노화도와 보길도에 접하고 있으며 남쪽은 추자도와 제주도를 바라보고 있다.
#여의도 세 배 크기의 작은 섬에서 독립운동가 88명 배출
화흥포에서 소안도까지 가는 여객선은 소안농협에서 운영하는데 그 이름에서 대한독립의 기상이 느껴지는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다. 노화도 동천항을 거쳐 소안도까지는 50분가량 소요되는데 하루 11회 배가 운항한다.
만세호는 바다를 뱃바닥으로 밀며 화흥포항을 떠난다. 멀어지는 화흥포 뒤로는 201개의 섬을 호령하는 완도의 지붕 상왕봉이 이국적인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우측으로는 해남 달마산의 준령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배는 마치 육지의 논밭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구획진 전복 양식장 사이를 조심스레 달린다. 출항 20분쯤 지나자 강아지 모양의 커다란 바위가 반갑다는 듯 인사를 건넨다. 횡간도다. 정상이 깎아지른 암릉으로 돼 있어 섬이 꽤 웅장해 보인다.
이어 전방으로 노화도와 그 건너편 작은 섬, 구도를 연결한 연도교가 보인다. 지리적으로는 노화도에 근접해 있으면서도 행정구역상으로는 소안도에 속하는 구도는 요즘 재산 절반 이상의 통 큰 기부를 약속해 화제가 된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씨(45)의 고향이다.
#예로부터 제주 오가던 배들의 중간 기착지, 편안한 삶을 기댈만한 섬
소안도는 오래전부터 제주를 오가는 배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섬이었다. 소안도를 벗어나면 바다는 외해로 이어져 바람은 거칠고 파도는 사나워진다. 반대로 소안도에 이르면 바다는 순해진다. 제주에서 험한 뱃길을 뚫고 온 뱃사람들이 이 섬에 도착해서야 안심했다 하여 ‘소안’이라 불렸다고 한다. 또 섬이 가운데 사구해변을 두고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데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초승달처럼 허리가 잘록해 ‘달목도(達木島)’라 부르기도 했다.
소안도는 2015년 전라남도 ‘가고싶은 섬’ 사업에 선정되면서 외부로 많이 알려졌다. 사업 콘셉트가 ‘항일 운동의 고장과 예술섬’으로 정해지면서 화흥포항과 소안도를 오가는 배 이름도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로 변경됐다.
소안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라고 쓰인 표지석이 맨 먼저 방문객을 맞이한다. 소안도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잘 대변해주고 있다. 소안도는 일제강점기 함경남도 북청, 부산 동래와 함께 3대 항일운동지로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고작 여의도 세 배 크기의 섬에서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15년 전라남도 ‘가고싶은섬’ 사업 선정돼, 집집마다 365일 태극기
소안항에서 길 양옆으로 도열해 있는 태극기의 세례를 받으며 15분 정도 걸어가면 좌측으로 담수호가 나타난다. 겨울이면 철새들이 쉬었다 가는 안식처인데 완도군은 이곳 가운데에 수많은 부표를 띄워 가로 18m, 세로 12m의 대형 태극기 문양을 만들었다.
이제는 소안도 천혜의 명소를 둘러볼 차례다. 소안도 북쪽에는 대봉산(338m)과 금성산이 있다. 대봉산을 등산하려면 비자리에서 곧장 오르거나 해안을 끼고 난 대봉산둘레길을 따라 오르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가 돼 있지 않아 대봉산 등산은 '비추천'이라고 택시기사는 말한다. 대봉산 둘레길은 비자과목해변~돌탑공원~보섭끝~북암마을까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데 총 4.8km에 이른다.
#미라리·맹선리 상록수림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 당사도 등대도 볼만
국립등대박물관에 의하면, 당사도(唐寺島)의 원래 이름은 '항문도'(港門島)였다. 그런데 지명의 어감이 좋지 않아서 바꾼 이름이 공교롭게도 '자지도'(者只島)였다. 그래서 한번 더 개명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지금의 당사도이다. 1982년에 새로 얻은 이 지명은 옛날 당나라를 오가던 배들이 이곳에 기항하면서 무사고를 빌었던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당사도에 가려면 노화읍 이목리에서 배를 이용해야 한다.(문의, 061-553-8086 당사도 등대 연락처)
#가학산 등산로의 뭉툭 낙화한 붉은 동백꽃, 차마 밟을 수 없어
1) 위 치 o 전남 완도군 소안면
2) 가는 방법 : 완도 화흥포항(전남 완도군 정도리 830-12) o 배 : 화흥포항→ 동천항(노화도) →소안항(소안도) (동절기 : 9. 16 ~ 3. 15일) 1일 11회 운항 - 07:00, 07:50, 08:50, 09:50, 10:50, 11:50, 12:50, 13:50, 14:50, 16:00, 17:10 (하절기 : 3.16일 ~ 9. 15일) 1일 12회 운항 - 06:40, 07:50, 08:50, 09:50, 10:50, 11:50, 12:50, 13:50, 14:50, 15:50, 16:50, 18:20) - 문의 전화 : 화흥포항 매표소(061)555-1010, 소안도항 매표소(061) 553-8177
3) 섬에서 즐기기 : 트레킹, 라이딩, 캠핑 o 1코스(당일 코스) - 소안항→항일운동기념관→미라리상록수림→해맞이일출공원 →물치기미 전망대→소안항 o 2코스(1박 2일) - 소안항→항일운동기념관→아부산 등산로 탐방→(1박, 미라펜션 바비큐 등 체험)→미라리상록수림 → 해맞이일출공원 →물치기미전망대→소안항 o 3코스(1박 2일) - 소안항→항일운동기념관→맹선리상록수림→빤스고개(맹선재) 등반→물치기미전망대→해맞이일출 공원 →(1박, 미라펜션 바비큐 등 체험)→미라리상록수림→소안항
4) 섬에서 활용 가능 한 교통편 o 소안버스 : (061) 554-9130 o 소안 택시(061) 552-5079, 소안 부름 택시(061) 552-1233, 소안 개인택시(061) 553-7600
5) 완도 화흥포항 주변 즐기기 o 구계등 체험 - 화흥포항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는 국가 명승지로 몽돌해안과 해안 따라 펼쳐진 상록수림이 비경을 자랑한다. 구계등이란 명칭은 태풍에 파도가 높아지면 몽돌이 바닷속까지 잠겼다가 나오기를 반복하며 9개의 계단을 만들었다는 데서 유래됐다.
o 청해포구 세트장 방문 - 해상왕 장보고 대사의 일대기를 담은 ‘해신’(최인호의 역사소설 원작) 外 태양사신기 등 수많은 드라마를 촬영한 세트장. - 관람료 :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 문의전화 : 061) 555-4500,4503,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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