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항일운동의 역사 숨 쉬는 태극기의 섬...완도 소안도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1/02/27 [17:49]

항일운동의 역사 숨 쉬는 태극기의 섬...완도 소안도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1/02/27 [17:49]

삼일절이 다가오니 소안도에 가고 싶었다. 소안도는 일제강점기에 무려 89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하여 ‘저항의 섬’이라고 불린다. 여의도 세 배 정도의 크기인 이 섬을 걸으며 암울한 시절, 이타적인 삶을 살다 간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고 싶었다.

 

수 많은 부표로 제작된 태극기

 

여수에서 승용차로 아침 6시에 출발하여 완도 화흥포항을 향한다. 완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는 청산도, 여서도, 추자도, 제주도 방면의 배가 뜨는 반면 화흥포에서는 노화도와 보길도, 소안도행 배가 뜬다. 소안도는 동쪽으로 청산도, 서쪽으로는 노화도와 보길도에 접하고 있으며 남쪽은 추자도와 제주도를 바라보고 있다.

 

#여의도 세 배 크기의 작은 섬에서 독립운동가 88명 배출

 

화흥포에서 소안도까지 가는 여객선은 소안농협에서 운영하는데 그 이름에서 대한독립의 기상이 느껴지는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다. 노화도 동천항을 거쳐 소안도까지는 50분가량 소요되는데 하루 11회 배가 운항한다.

 

 소안도행 만세호


소안도행 오전 8시 50분 만세호는 역시, 코로나 여파로 승객이 여남은 명이다. 선사 직원에게 물으니 코로나 이전의 10분의 1 정도라 한다. 그러나 만세호 1층 갑판엔 승용차와 대형트럭들로 가득하다. 얼핏 보니 트럭은 10대 이상, 승용차는 예닐곱 대다. 김 수확 철이라 보길도나 노화도, 소안도에서 생산한 김을 경매를 통해 육지로 실어 나르는 트럭들이다.

 

 바다농장인 전복 양식장

 

만세호는 바다를 뱃바닥으로 밀며 화흥포항을 떠난다. 멀어지는 화흥포 뒤로는 201개의 섬을 호령하는 완도의 지붕 상왕봉이 이국적인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우측으로는 해남 달마산의 준령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배는 마치 육지의 논밭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구획진 전복 양식장 사이를 조심스레 달린다. 출항 20분쯤 지나자 강아지 모양의 커다란 바위가 반갑다는 듯 인사를 건넨다. 횡간도다. 정상이 깎아지른 암릉으로 돼 있어 섬이 꽤 웅장해 보인다.

 

 횡간도 강아지 바위

 

이어 전방으로 노화도와 그 건너편 작은 섬, 구도를 연결한 연도교가 보인다. 지리적으로는 노화도에 근접해 있으면서도 행정구역상으로는 소안도에 속하는 구도는 요즘 재산 절반 이상의 통 큰 기부를 약속해 화제가 된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씨(45)의 고향이다.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씨 고향인 구도


노화도 동천항에 배가 도착하자 트럭 중 3분의 2 가량이 하차한다. 노화도~구도, 노화도~보길도 간에는 연도교가 놓여있어 이곳을 드나드는 물류 트럭들이다. 완도군에서는 구도~소안도 간 연도교 건설도 추진 중인데 이것이 완공되면 보길도~노화도~구도~소안도가 하나로 이어지는 생활권이 될 전망이다.

 

#예로부터 제주 오가던 배들의 중간 기착지, 편안한 삶을 기댈만한 섬

 

소안도는 오래전부터 제주를 오가는 배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섬이었다. 소안도를 벗어나면 바다는 외해로 이어져 바람은 거칠고 파도는 사나워진다. 반대로 소안도에 이르면 바다는 순해진다. 제주에서 험한 뱃길을 뚫고 온 뱃사람들이 이 섬에 도착해서야 안심했다 하여 ‘소안’이라 불렸다고 한다. 또 섬이 가운데 사구해변을 두고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데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초승달처럼 허리가 잘록해 ‘달목도(達木島)’라 부르기도 했다.

 

 2015년 전라남도 가고싶은섬으로 선정된 소안도


소안도는 섬 주민의 입장에서 볼 때도 ‘편안히 삶을 기댈 만한 섬’이다. 논밭은 있지만 거의 농사를 짓지 않고 전복·미역·다시마·김양식을 하며 살고 있다. 2,500여 명(‘20. 11월 기준)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생활에 여유가 있어 인구가 노령화 된 여늬 섬과는 달리 젊은 층이 많다. 그래서인지 활기가 넘친다.

 

소안도는 2015년 전라남도 ‘가고싶은 섬’ 사업에 선정되면서 외부로 많이 알려졌다. 사업 콘셉트가 ‘항일 운동의 고장과 예술섬’으로 정해지면서 화흥포항과 소안도를 오가는 배 이름도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로 변경됐다.

 

 

소안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라고 쓰인 표지석이 맨 먼저 방문객을 맞이한다. 소안도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잘 대변해주고 있다. 소안도는 일제강점기 함경남도 북청, 부산 동래와 함께 3대 항일운동지로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고작 여의도 세 배 크기의 섬에서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15년 전라남도 ‘가고싶은섬’ 사업 선정돼, 집집마다 365일 태극기

 

소안항에서 길 양옆으로 도열해 있는 태극기의 세례를 받으며 15분 정도 걸어가면 좌측으로 담수호가 나타난다. 겨울이면 철새들이 쉬었다 가는 안식처인데 완도군은 이곳 가운데에 수많은 부표를 띄워 가로 18m, 세로 12m의 대형 태극기 문양을 만들었다.

 

 소안도 항일운동기념탑


담수호를 지나 조금 걸으면 면 소재지인 비자리다. 주유소와 식당, 카센터, 병원, 마트 등 편의시설과 면사무소,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집집마다 태극기가 걸려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주민들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투옥된 사람들의 고초를 생각해 한겨울에도 이불을 덮지 않았다고 한다. 그 정신이 오늘날 태극기 달기로 이어져 소안도 15개 마을에 365일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항일운동 기념관 내부


비자리를 지나 가학리에 이르면 항일운동기념관과 기념탑이 위엄 있게 자리하고 있어 불타오르는 애국혼을 느낄 수 있다. 또 소안도 항일운동의 못자리 역할을 단단히 했던 사립소안학교가 옛 모습을 복원해 자리 잡고 있다. 1927년 일제에 의해 강제 폐교됐던 것을 2005년 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복원해 도서관으로 활용 중이다.

 

이제는 소안도 천혜의 명소를 둘러볼 차례다. 소안도 북쪽에는 대봉산(338m)과 금성산이 있다. 대봉산을 등산하려면 비자리에서 곧장 오르거나 해안을 끼고 난 대봉산둘레길을 따라 오르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가 돼 있지 않아 대봉산 등산은 '비추천'이라고 택시기사는 말한다. 대봉산 둘레길은 비자과목해변~돌탑공원~보섭끝~북암마을까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데 총 4.8km에 이른다.

 

 미라리 상록수림 입구


소안도 남쪽에는 가학산(359m), 부흥산(230m), 아부산(135m)이 있다. 가학산을 중심으로 일주도로가 잘 닦여있어 배에 승용차를 싣고 가거나 현지 택시, 혹은 버스를 이용한다. 항일운동기념관에서 좌측으로 향하면 곧 가학산 등산로 입구가 나오고, 좀 더 직진하면 미라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339호)을 만날 수 있다. 상록수림 앞 해변에서는 싸그락~ 싸그락 ~ 파도에 따라 몰려가고 몰려오는 작은 몽돌 구르는 소리가 영혼을 맑게 한다.

 

#미라리·맹선리 상록수림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 당사도 등대도 볼만

 

 미라리 맥반석 몽돌 해수욕장


미라리 해변에서 부흥마을과 서중리를 지나 가학산 자락 중간쯤에 오르면 등대로 유명한 당사도와 보길도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물치기미전망대(서중일몰공원)다. 망원경으로 보면 당사도 등대의 모습이 아주 선명하다.

 

 2018년 10월 1일 항일 독립 문화유산으로 국가지정 등록문화재(제731호)로 등록된 당사도 등대/사진=완도군


일본은 우리 국토의 수산물, 쌀, 면화 등을 수탈할 목적으로 바닷길 길목인 당사도에 1901년 1월 1일 등대를 세웠다. 소안도 주민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았다. 1909년 2월 24일 새벽에 소안도 해상의병 35명은 수탈의 상징인 이 등대를 습격, 일본인 등대지기 4명을 처단하고 등대를 파괴했다. 당사도 등대 습격 의거는 훗날 항일운동의 기폭제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국립등대박물관에 의하면, 당사도(唐寺島)의 원래 이름은 '항문도'(港門島)였다. 그런데 지명의 어감이 좋지 않아서 바꾼 이름이 공교롭게도 '자지도'(者只島)였다. 그래서 한번 더 개명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지금의 당사도이다. 1982년에 새로 얻은 이 지명은 옛날 당나라를 오가던 배들이 이곳에 기항하면서 무사고를 빌었던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당사도에 가려면 노화읍 이목리에서 배를 이용해야 한다.(문의, 061-553-8086 당사도 등대 연락처)

 

 물치기미전망대에서 바라 본 당사도(좌)와 보길도(우)


물치기미전망대에서 내리막을 달리면 곧 맹선리 해안가다. 이곳엔 폭 25m, 길이 300m 규모의 맹선리상록수림(천연기념물 340호)이 자리 잡고 있다. 팽나무, 후박나무, 생달나무 등 21종 245그루의 나무들이 오랜 세월의 모습으로 서 있다. 어떤 나무는 어른 두 사람이 못 안을 정도의 둘레다. 방풍림으로 조성된 이 숲은 바닷고기들을 숲 그늘 가까운 곳으로 유인하는 어부림의 역할도 하고 있다.

 

 맹선리 상록수림


이쯤 해서 소안도의 명소 구경을 끝마치고 소안도 최고봉 가학산에 오르기로 한다. 맹선리 해안가에서  택시를 다시 돌려 물치기미전망대로 돌아온다. 이곳에서 미라리 약수터 하산 지점까지는 5km의 등산로로, 우거진 난대림 속을 걷는 난이도 중하의 코스다.

 

 봄에 피는 야생화 산자고


벌써 봄이 성큼 다가와 등산로엔 앙증맞은 모습의 산자고(山慈姑)가 여기저기 피어나고 있다. 산자고의 꽃잎은 통상 길이 20~25cm 너비 5~10mm의 선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흰빛을 띠는 녹색이다. 또 흰 노루귀와 분홍 노루귀도 쫑긋한 귀를 밀어 올렸다. 그런데 경기도 가평의 화악산이나 석룡산 일대에서 4월말에서 5월초에 만날 수 있는 노루귀에 비해 잎몸이 작은 편이다.

 

#가학산 등산로의 뭉툭 낙화한 붉은 동백꽃, 차마 밟을 수 없어

 

 등산로에 하염없이 떨어진 동백꽃


피는 꽃이 있는가 하면 지는 꽃도 있다. 해어화(解語花) 보다 더 붉은 입술을 가진 동백꽃이다. 붉은 동백꽃은 꽃말인 ‘애타는 사랑, 열정’의 결말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섯 잎 고스란히 간직한 송이 채 뭉툭 떨어져 있다. 등산로는 온통 낙화한 동백꽃의 아우성이다. 산 아래 미라리 해변에서 싸그락 싸그락 들려오는 몽돌 구르는 소리가 그 슬픔을 위로하는 듯 선명하다. 사위의 바다도 평소 해맑은 미소를 거두고 희뿌연 향을 피우고 있다.

 

 가학산 정상에서 본 가학리와 비자리


가학산 정상에 서니, 소안도와 함께 보길도, 노화도, 구도가 한눈에 들어 온다. 또한 가학리에서 비자리, 대봉산으로 이어지는 사구해변의 모양이 초승달을 보는 듯 잘록해 소안도를 ‘달목도(達木島)’라 불렀다는 이유를 알겠다. 절경 중의 절경이다. 사목사목 걷다 보니 하신 지점인 미라리 운동장약수터까지는 약 3시간이 소요됐다.

 

 소안항 매표소


미라리 하산 지점에서 도보로 가학리, 비자리, 담수호 트레킹로 지나 소안항에 도착해 오후 4시 출항하는 배로 화흥포로 나왔다. 

 

1) 위 치

 o 전남 완도군 소안면

 

2) 가는 방법 : 완도 화흥포항(전남 완도군 정도리 830-12)

 o 배 : 화흥포항→ 동천항(노화도) →소안항(소안도)

   (동절기 : 9. 16 ~ 3. 15일) 1일 11회 운항

  - 07:00, 07:50, 08:50, 09:50, 10:50, 11:50, 12:50, 13:50, 14:50, 16:00, 17:10

   (하절기 : 3.16일 ~ 9. 15일) 1일 12회 운항

  - 06:40, 07:50, 08:50, 09:50, 10:50, 11:50, 12:50, 13:50, 14:50, 15:50, 16:50, 18:20)

  - 문의 전화 : 화흥포항 매표소(061)555-1010, 소안도항 매표소(061) 553-8177

 

3) 섬에서 즐기기 : 트레킹, 라이딩, 캠핑

 o 1코스(당일 코스)

  - 소안항→항일운동기념관→미라리상록수림→해맞이일출공원 →물치기미 전망대→소안항

 o 2코스(1박 2일)

  - 소안항→항일운동기념관→아부산 등산로 탐방→(1박, 미라펜션 바비큐 등 체험)→미라리상록수림

    → 해맞이일출공원 →물치기미전망대→소안항

 o 3코스(1박 2일)

  - 소안항→항일운동기념관→맹선리상록수림→빤스고개(맹선재) 등반→물치기미전망대→해맞이일출

    공원 →(1박, 미라펜션 바비큐 등 체험)→미라리상록수림→소안항

 

4) 섬에서 활용 가능 한 교통편

 o 소안버스 : (061) 554-9130

 o 소안 택시(061) 552-5079, 소안 부름 택시(061) 552-1233, 소안 개인택시(061) 553-7600

  

5) 완도 화흥포항 주변 즐기기

 o 구계등 체험

  - 화흥포항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는 국가 명승지로 몽돌해안과 해안 따라 펼쳐진 상록수림이

    비경을 자랑한다. 구계등이란 명칭은 태풍에 파도가 높아지면 몽돌이 바닷속까지 잠겼다가 나오기를

    반복하며 9개의 계단을 만들었다는 데서 유래됐다.    

 

  

 o 청해포구 세트장 방문

  - 해상왕 장보고 대사의 일대기를 담은 ‘해신’(최인호의 역사소설 원작) 外 태양사신기 등

    수많은 드라마를 촬영한 세트장.

  - 관람료 :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 문의전화 : 061) 555-4500,4503,4504  

 

6) 추천사이트 : 여객선 예약예매 사이트 : https://island.haewoon.co.kr/

                                           완도군 문화관광 : https://data.wando.go.kr/island/

                                           대한민국 구석구석 : https://me2.do/FyxFHvqi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경기도 인천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