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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별미 '물메기의 섬'...통영 추도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3/02/04 [10:25]

겨울의 별미 '물메기의 섬'...통영 추도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3/02/04 [10:25]

추도 큰산 남쪽에 위치한 샛개


#‘어생(魚生)역전’의 어종, 물메기 덕장이 있는 추도를 향해

 

겨울이면 별미로 진가를 높이는 물고기가 있다. 물메기, 혹은 물텀벙이로 불리는 꼼치다. 꼼치는 생김새가 흉해 예전에는 잡자마자 바다에 버려진 천대받던 물고기였다. 던져질 때 ‘텀벙’하는 소리가 난다 하여 ‘물텀벙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원한 물메기탕으로 사랑받으면서 대구와 어깨를 겨룰 정도로 몸값이 상승해 ‘어생(魚生)역전’을 이룬 대표적 어종이 됐다.

 

추도 미조마을 물메기 덕장


여수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해 남해안 물메기의 고장 추도를 가기 위해 통영항으로 향한다. 6시 51분, 첫배가 출항하는 시각인데도 통영항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다. 여객선의 엔진 소리가 고요의 바다를 가르며 40여 분 지나자, 수평선 위로 아침 해가 솟아오른다. 여객선은 중간기착지 없이 아침 8시에 미조선착장에 도착한다.

 

추도 가는 도중 여객선에서 본 일출


하선 준비 중 짬을 내어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부에게 “추도에 사시느냐?” 물었더니, “창원에 사는데 추도에서 한 달에 일주일 정도 머물며 생활한다”고 말한다.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술도 먹고, 낚시도 하면서 은퇴 생활을 즐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항마을로 넘어오면 ‘담벼락 노란 집’을 찾아오란다. 커피 한 잔 대접하겠며-.

 

#사량도, 미륵도, 욕지도 등에 병풍처럼 둘러싸인 섬

 

큰산 오르는 길에 내려다 본 미조마을

 

추도는 통영에서 남서쪽으로 14.5km 떨어진 섬으로 면적 1.643㎦인 작은 섬이다. 섬의 모양새가 옛 농기구인 가래와 흡사하다 하여, 가래나무 추()자를 써서 추도(楸島)라 부르게 됐다 한다. 120여년 전 욕지도로 사슴을 잡으러 가던 육지 사람들이 풍랑을 만나 이 섬에 정착했다는 설이 전해온다. 주위에는 사량도와 고성군, 미륵도 학림도 한산도 연화도 욕지도 두미도, 멀리 남해군과 삼천포 등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미조마을 500년 넘은 후박나무(천연기념물 제345호)

 

추도는 미조, 대항 두 마을로 형성돼 있으며 100여 세대 140여 명이 살고 있다. 미조라는 이름은 남해군 미조마을 출신의 사람이 이곳에 정착해 살아서 유래됐다고 한다. 미조마을의 명물은 수령이 5백년 넘은 천연기념물 제345호 후박나무와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용두도다. 용두도는 성곽 모양의 바위로 연결되어 있어 이곳 주민들은 용머리라고도 부른다. 석양 무렵이면 낙조를 감상하기에 좋은 포인트다.

 

미조마을 용두도


대항마을은 대항(한목)과 을포(샛개)로 나뉜다. 큰산(해발 190m)과 작은산(해발 150m)을 잘록하게 가르는 안부에 위치한 대항마을은 멀리서 보면 마치 큰 목의 형상같이 보인다 하여 ‘한목’이라 부른다. 또한 을포는 ‘옛날 포구에 새가 많이 살았다’고 하여, 혹은 ‘샛바람이 많이 부는 포구’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지명이다.

 

#시원한 탕도 좋지만 회와 찜으로도 먹는 물메기

 

최고 45cm까지 자라는 물메기는 수심 50~80m의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기에 접어드는 11월 말부터 연안으로 돌아와 3월까지 머문다. 이즈음이면 추도 사람들은 물메기 잡이로 바쁜 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고온현상으로 물메기 잡이가 예전같지 않다. 대항마을에서 슈퍼 겸 민박집을 운영하는 김송자씨는 “근래 4~5년간은 물메기가 잘 잡히지 않았는데 올해는 날씨가 추워서인지 물메기가 상당히 잡히는 편이다”고 말한다.

 

여수 극동항 인근 한 횟집의 물메기회

 

동해안에서는 물메기에 묵은 김치와 콩나물을 넣어 끓인 시원한 ‘곰치해장국’이 유명하다. 남해안에서는 멸치, 다시마를 끓인 육수에 무·시금치 등을 넣은 물메기탕이 일품이다. 여수와 통영 등에서는 싱싱한 물메기를 회로 먹기도 한다. 직접 먹어보니 한류성 어종이라 그런지 식감이 차가우면서도 달짝지근하다. 겨자를 조금 섞은 초장에 물메기 한 점 찍어 먹고, 소주 한잔 털어 넣으니 과연 계절의 진미다.

 

통영 서호시장에서 판매되는 건조된 물메기. 꼬리 부분에 '추도 물메기' 상표가 붙어 있다.

 

건조한 물메기포는 찜을 해 먹거나 황태처럼 찢어 술안주로 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추도에서는 물메기의 배를 따고 맑은 물로 깨끗이 씻은 후 덕장에서 해풍으로 말린다. 건조가 완료되면 10마리씩 한 축으로 포장해서 ‘추도 상표’를 달아 통영의 건어물 상회로 보낸다. 요즘 통영 서호시장에서 건조 물메기 한 축당 특대는 35만원, 중자는 17만원, 소자는 10만원 선에 거래된다. 

 

#3월 중순까지 완공되는 추도 둘레길….호젓하고 걷기 좋아

 

미조마을 뒤 큰산 둘레길 입구

 

추도 트레킹은 해안을 따라 미조마을에서 대항마을을 연결하는 일주도로(6km)를 걷거나, 미조마을에서 큰산을 등산하여 대항마을에 이르는 방법이 있다. 그동안은 큰산 등산로가 정비되지 않아 일주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통영시가 미조마을에서 큰산, 샛개해변을 거쳐 대항마을로 갈 수 있는 둘레길을 조성하고 있다.

 

늦어도 3월 중순 완공을 목표로 둘레길 조성공사가 진행 중이다 

 

통영시는 3월 중순까지 둘레길의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 80% 정도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둘레길은 그리 힘들지 않은 코스로 난이도는 초중급 코스다. 소나무 숲에 군데군데 동백숲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봄철이면 아름답고 정겨운 숲길로 변신할 것 같다.

 

큰산전망대에서 샛개 가는 길에 바라본 통영 학림도와 미륵도

 

큰산 등산로를 따라 큰산전망대까지 올랐으나 숲으로 가려져 이렇다 할 조망은 없다. 하지만 그곳에서 산허리를 끼고 절벽해안인 샛개까지 내려가는 길은 고즈넉하고 순조롭다. 약 600여m에 이르는 기다란 곶을 형성하고 있는 샛개 절벽 아래로는 에메랄드 빛 바닷물이 출렁이고 멀리 욕지도와 노대도, 그리고 두미도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샛개 해변의 절결. 멀리 가운데 두미도가 보인다


샛개 끝까지 갔다가 다시 나와 대항마을 남쪽인 등넘 몽돌해수욕장에 도착하면 작은산으로 향하는 데크가 나온다. 작은산 들레길은 북진하다가 동쪽으로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며 정상에 이르는데 하늘을 향해 미끈하게 뻗은 소나무가 숲이 아름답다.

 

샛개에서 바라본 대항마을(가운데)과 작은산(우측)

 

등대가 있는 정상에서 수리바위까지는 급경사 내리막이다. 기대를 가지고 수리바위를 찾았으나 기억에 남을만한 기암괴석은 아니다. 바위 아래로는 낚시배와 해안 절벽 끝에서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리바위에서 바라본 작은산 남쪽 해안

 

수리바위에서 대항선착장까지 둘레길은 작은산 아랫자락을 따라 순조롭게 이어진다. 둘레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힘에 부친 사람들은 작은산 둘레길만 걸어도 섬 여행이 주는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작은산 수리바위에서 대항마을 가는 길


대항선착장에서 마을로 들어서, ’담벼락 노란집‘을 찾아 기웃거리는데 아침 배에서 만났던 부부가 기렸다는 듯이 손짓으로 반긴다. 실례를 무릅쓰고 대문에 들어섰더니 대항마을 여성 이장님을 포함해 예닐곱 명의 주민과 함께 다과를 나누고 있다. 고령화된 요즘 섬 분위기와는 달리 활력이 넘쳐 보인다. 알고 보니, 은퇴 후 추도에 세컨하우스를 두고 육지와 추도를 오가며 제2의 인생을 사시는 분들이다.

 

추도 대항마을


원래는 추도에서 오후 2시 30분 배로 출항하려 했으나 급격한 기상악화로 12시 12분 배만 뜬다하여 허겁지겁 배에 오른다. 뱃시간이 촉박해 입소문 난 대항마을 슈퍼(식당도 겸함)의 시원한 물메기탕을 맛보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1. 위 치

    o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 추도리

 

2. 가는 방법

    o 통영여객선터미널

      - 통영→추도(미조) : 06:51, 14:30

      - 추도 대항(한목)→통영 : 08:00, 15:35

       *일요일에는 추도 대항(한목)→통영 12시 12분 배가 운영된다고 함(선사에 확인 필요).

        ☎ 문의 : (055) 645-3717 (한솔해운)

 

대항마을에서 통영으로 출발하는 한솔3호 여객선

 

3. 섬에서 즐기기 : 트레킹, 낚시

    o 트레킹 코스 : 초중급

      1) 1코스(약 4.20km) : 대항마을-작은산 정상(등대)-수리바위(오리바위)-산채바위숲-등넘(해수욕장)-

         추도발전소-추도교회-샘터(섬바위)-이정표-큰산정상-동백숲-미조선착장

      2) 2코스(약4.76km) : 미조선착장-동백숲-이정표-큰산정상-샘터(섬바위)-동백숲-데크계단-샛갯끝-

         추도발전소-대항선착장

      3) 3코스(약2.26km) : 대항선착장-추도교회-샘터(섬바위)-이정표-큰산정상-동백숲-미조선착장

        * 산을 넘지 않고 미조~대항까지 일주도로를 걸으면 1시간 정도 소요됨,

 


4. 식사 및 민박

    o 대항마을슈퍼민박(김송자 : 010-7171-2794), 하루 전 전화 연락 요망 

    o 민박 : 등너머민박, 명진민박, 함목민박, 추도민박, 조우민박, 에덴민박, 김희수민박

 

5. 추천사이트 : 여객선 예약예매 사이트 : https://island.haewoon.co.kr/

                                           통영시 문화관광 : https://www.badaland.com/badaland.web

                                           대한민국 구석구석 : https://me2.do/FqHpE13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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