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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제 흑산공항만 남았다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3/01/29 [15:38]

[칼럼] 이제 흑산공항만 남았다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3/01/29 [15:38]

지역재단이 최근 발간한 민위방본(제95호) ‘K-지방소멸지수 산출과 정책적 대응(허문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지방소멸 위기에 속하는 59개 지역 중 최상위 5위는 전남 신안군, 인천 옹진군, 경북 울릉군, 경남 의령군, 경북 봉화군 순으로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1~3위까지가 모두 섬 지역이다.

 

지방소멸 위기를 가중시키는 요인은 출산율 저하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다. 그런데 섬으로 구성된 신안군과 옹진군, 울릉군의 경우 추가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여객선 운항의 잦은 결항으로 육지를 오가는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방소멸 위기 2~3위에 속한 옹진군과 울릉군에 섬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할 공항이 건설 중이거나 예정이어서 다행이다.

 

인천에서 뱃길로 4시간 이상 소요되던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주민들을 위한 백령공항 건설은 지난해 말 기재부 예타를 통과했다. 백령공항은 백령도 솔개지구 일원에 2018억원이 투입돼 길이 1.2㎞, 폭 30m 규모로 건설되는 50인승 소형공항이다. 2027년 개항되면 전국에서 이동시간이 2시간 이내(공항이동 포함)로 줄어, 일일생활권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울릉공항은 2025년 말 완공을 목표로 현재 2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총사업비 6651억원을 투입해 1,2km급 활주로와 여객터미널과 부대시설 등이 들어선다. 울릉공항이 개항되면 서울∼울릉 간 소요 시간은 7∼8시간에서 1시간 내외로 단축되어 울릉도 주민들의 교통 복지가 크게 향상된다.

 

이제 남은 곳은 국토 최서남단에 건설될 신안 흑산공항이다. 흑산공항은 지난 2008년 울릉공항과 함께 검토됐다. 사업비 1833억원을 들여 흑산도 예리 산 11번지 일대에 길이 1.2㎞, 폭 30m의 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흑산공항이 개항되면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이동시간이 현재의 7시간에서 1시간대로 단축될 전망이다.

 

하지만 흑산공항은 지난 2011년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 고시 이후 11년이 넘도록 공항건설을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공항 부지가 국립공원이라는 이유에서다. 흑산공항이 건설되기 위해서는 환경부의 국립공원 타당성 조사→지자체 의견 제출→환경부 검토 결과 통보→중앙부처 간 협의→국립공원심의위원회 심의·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토부는 2016년 11월 흑산공항 건설을 위한 국립공원계획 변경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심의에서 '철새 보호 대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류 판정을 받았다. 2017년 7월 보완계획서를 다시 제출했지만, 국립공원위원회는 '항공기 조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한 방지대책 등을 강구하라'며 재보완을 요구했다.

 

이에 전남도와 신안군 등은 흑산공항 부지 1.21㎢를 공원구역에서 해제하는 대신 비금도 명사십리해변 일대 갯벌 5.32㎢를 국립공원 구역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편입 안건은 2021년 7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총괄협의회를 통과해 공항건설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의결만 남겨두고 있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흑산공항 조기 건설을 위해 편입 안건의 개별 상정을 요구해 왔지만 환경부는 지금까지 전국 22개 국립공원 계획변경 안건 일괄 처리를 고집하고 있다. 늦어도 지난해 말까지는 국립공원위를 통과할 것으로 믿었던 신안 지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욱이 흑산공항 건설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에도 들어있기 때문이다.

 

울릉·백령·흑산공항의 힘은 단순히 1~2km의 활주로를 놓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유일한 교통수단인 뱃길을 보완하면서 전국 어디서나 1~2시간대 도달 가능한 일일생활권 시대를 여는 일이다. 또한 섬 소멸 위기 시대에 관광수요를 끌어들여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막대한 파급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울릉군은 공항이 개항되면 현재 관광객 연간 30∼40만명에서 100만명 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며, ‘제2의 제주’를 꿈꾸고 있다. 이달 31일 개최예정인 국립공원위원회에 흑산공항 건이 의결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 상기 내용은 1. 29일자 '브릿지경제' 신문[브릿지 칼럼]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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