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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경트레킹] 고흥 지죽도 금강죽봉과 마복산, 활개바위

글·사진/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1/10/05 [06:23]

[가을비경트레킹] 고흥 지죽도 금강죽봉과 마복산, 활개바위

글·사진/양진형 기자 | 입력 : 2021/10/05 [06:23]

고흥 도화면 지죽도 금강죽봉


당초 통영 두미도를 트레킹 할 예정이었으나 섬에 코로나 환자가 여러 명 발생하여 다음 기회로 미룬다. 대신, 지난해 여수와 고흥 간 해상을 잇는 다리들이 개통되면서 부쩍 가까워진 고흥반도를 탐방하기로 한다.

 

팔영산 편백숲


그동안 소록도, 거금도 적대봉, 연홍도, 쑥섬(애도), 외나로도 봉래산, 팔영산, 팔영산 편백숲, 남열해수욕장 등 고흥의 명소들을 찾아보았으나 접근하기 힘든 숨은 비경인 금강죽봉(金剛竹峰)과 활개바위를 탐방하지 못했다.

 

여수와 고흥을 이어주는 5개의 해상대교, 명품드라이브 코스

 

두 곳과 연계하여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마복산을 올라보기로 한다. 마복산에 올라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해창만의 가을 들녘을 바라보면 마음이 한층 풍요로워질 것이다. 다행히 물때가 맞아 활개바위, 금강죽봉, 마복산 순으로 탐방하면 하루 일정으로 소화가 가능하지만 무리하지 않고 두 차례로 나누어 탐방하기로 한다.

 

여수~고흥을 연결하는 둔병-낭도대교 야경


여수시 화양면 앞바다에 떠 있는 백야도, 상화도, 하화도, 사도, 추도 등을 우측에 두고, 여수에서 고흥 팔영대교까지 5개의 다리로 이어지는 해상도로는 명품 드라이브 코스다. 이 길을 가다 보면 세계 어느 유명 해상도로를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황금의 연휴, 쪽빛 바다 위에 떠 있는 조발도와 둔병도, 낭도와 적금도 등을 이어주는 5개의 다리를 지나니 명산 팔영산이 반긴다.

 

고흥 팔영산 제2봉('20. 10월 촬영)


국도 77호선을 타고 영남면 남포미술관을 지나 고흥 해창만 간척지 공원을 지난다. 고흥반도 동쪽 영남면과 포두면으로 둘러싸인 해창만은 방조제 건설로 바다 안쪽은 푸른 물결 대신 황금빛 물결이 출렁인다. 해안선이 복잡하고 수심이 낮은 해창만은 1963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이제 대부분 농경지로 바뀌었다.

 

지죽대교 지나 태산


여수에서 출발한 지 1시간 20분 남짓하여 도착한 지죽도(支竹島)의 지호마을-. 뒤편에 솟아 있는 해발 202m 태산(또는 남금산)의 모습이 상서롭다. 금강죽봉은 태산의 바다 쪽에 위치해 지호마을에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금강죽봉은 육각 주상절리로, 예부터 바다 쪽에서 보면 마치 바위가 왕 대나무처럼 솟아 있어 이 일대를 ‘금강죽봉’이라 불렀다.

 

수직 절벽 100m 높이의 주상절리, 지죽도 금강죽봉

 

지호마을 해변에서 바라본 고흥 앞바다. 좌측 끝은 시산도


지호복지회관을 지나 300여m 시멘트 포장길을 직진하면, 태산 오르는 삼거리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난 시멘트 도로를 따라가 본다. 곧 해안이 나타나고 시원한 고흥 앞바다와 그 위에 떠 있는 시산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안가 좌측으로 석문(또는 해식굴)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석문은 바다와 인접해 있어 만조 시 잠기기도 하는데 금강죽봉에서 흘러내린 석간수로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른 적이 없다고 한다.

 

태산 정상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하트모양의 대염도와 멀리 외나로도 봉래산


예전에는 해변~태산삼거리 사이, 우측으로 금강죽봉 오르는 등산로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이정표도 없고, 풀이 우거져 포기한다.

 

태산 오르는 길의 고본


태산삼거리에서 고도를 높여 나가자, 좌측으로 바다가 시원하게 드러나고 하트모양의 대염도와 소염도, 그리고 멀리 외나로도와 봉래산이 보인다. 길섶에는 깊은 산기슭에서 산다는 고본과 참취꽃이 하얗게 피어있다.

 

금강죽봉


태산 정상의 마당바위까지 올라 뒤쪽으로 희미하게 난 소로길을 걸어나가니 별천지가 펼쳐진다. 금강죽봉이다. 수직 절벽의 높이가 약 100m로 절경을 이루며 흰색의 응회암이 발달한 주상절리가 가히 절경이다. 바다와 맞닿은 부분을 내려다보니 아찔하여 오금이 저리고 현기증이 난다.

 

지금껏 많은 산을 다녀왔지만 하나의 비경 앞에서 이렇게 심장이 뛰고, 압도되어 본적은 없던 것 같다. 멀리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손죽 군도와 초도 군도의 섬들이 매일 금강죽봉을 향해 알현하고 있는 듯하다.

 

송곳바위


금강죽봉은 문화재청으로부터 지난 6월 9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지로 지정받았다. 고흥군 관내 국가 명승 1호의 탄생이다. 봉우리 오른쪽에 있는 송곳바위도 볼만하다. 하지만 탐방로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데다 위험한 암릉 지대여서 자칫 안전사고가 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이제 다시 지호마을로 돌아와 활개바위를 향한다. 활개바위를 가려면 지죽도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인 내촌마을 회관(도화면 구암리)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진행해야 한다. 마을회관에서 활개바위까지는 약 2.5km에 이르러 오가는데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그런데 일몰 시간이 다 되어 활개바위 탐방은 이어지는 마복산 등산과 연계하여 가기로 한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조망 환상, 고흥의 4대 명산 마복산

 

마복산 가는 길


고흥의 4대 명산을 말하라면 팔영산(609m), 천등산(550m), 적대봉(592.2m), 마복산(538.5m)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명산의 공통점은 산 자체로도 좋을 뿐만 아니라 정상에 오르면 주변 바다가 연출하는 빼어난 경관을 구경할 수 있다. 아직 천등산은 오르지 못했지만 나머지 산들을 실제 가보니 그 말이 틀리지 않는다.

 

마복사에서 오르는 길에 바라본 마복산


마복산은 말이 엎드려 있는 형상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 투구바위, 학바위, 지붕바위, 물개바위, 거북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아 소개골산(小皆骨山)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산이 그리 크지 않아 한나절 산행에 적합하다. 고흥군 포두면 남성리와 옥강리 일대에 걸쳐져 있는 마복산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올망졸망한 섬들과 해안선을 안고 있다.

 

거북바위


마복산은 크게 돌면 약 12km로 4시간 30분이면 족하다. 그러나 내산마을 입구에서 시멘트 임도가 잘 놓여있어 차를 가지고 미복사 삼거리나 마복사까지 가면 산행 거리를 6km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마복산과 연계하여 팔영산편백숲이나 남열해수욕장, 외나로도 우주센터나 쑥섬(애도) 등 인근 관광지를 함께 들러볼 수 있다.

 

마복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해창만 간척지


마복사에 차를 주차하고, 고도를 높여 나갈수록 옛 바다였던 해창만도 그 모습을 차츰 넓게 드러낸다. 작은 배가 드나들었을 갯고랑은 밀물을 담은 수로로 변모했고, 마름모 형태로 잘 정돈된 들판의 벼들은 누렇게 익어가 거대한 풍경화를 연출해 내고 있다.

 

마복산 정상에서 바라본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이윽고 마복산 정상에 이르니, 남쪽 바다의 다도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 어떤 섬들은 이미 육지와 연육이 되었고 어떤 섬들은 아직 고립의 섬으로 남아 있다. 서해안처럼 복잡하게 이어지는 해안선과 그 사이사이에 들어앉은 포구들과 해창만 금빛 들녘을 감상하노라니 어느새 신선이 된 기분이다.

 

마복산 정상의 봉수대


마복산 정상에는 봉화대 터가 있는데 왜구가 침입하면 낮에는 하얀 연기를 밤에는 불을 피워 긴급상황을 알렸다. 그러면 장흥 천관산으로, 광주 무등산으로, 한양 남산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정상에서 해제 능선을 거쳐 미복사 삼거리 임도를 따라 마복사로 하산한 후 활개바위를 향한다.

 

해제로 하산하면서 바라본 마복산 능선


파도와 바람, 침식 활동이 조각해 놓은 해안 비경 ‘활개바위’

 

높이 약 15m의 활개바위는 마치 석문(石門)처럼 바위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기묘한 형태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석문의 폭은 약 3m에 이른다. 활개바위 오른쪽으로 남근처럼 보이는 바위가 돌출되어 있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활개바위 속으로 남근석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여 많은 이들이 이야깃거리로 삼고 있다. 이런 활개바위와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서는 썰물 때 가야 한다.

 

내촌마을 몽돌해변 지나 활개바위로 가는 길


마복사에서 내촌마을까지 승용차로 약 40분 거리다. 일몰시각까지는 2시간 20분 정도만 남았으므로 활개바위까지 길을 헤매지 않아야 한다. 다행히 내촌마을 회관에서 임도를 따라 몽돌해변에 도착, 해변 바위지대 우측으로 난 소로를 따라 활개바위를 조망할 수 있는 벼랑 끝까지 접근한다.

 

활개바위


그러나 아무리 봐도 활개바위로 내려가는 밧줄이 없다. 왔던 길로 되돌아와 활개바위로 가는 이곳저곳을 탐색해 보았으나 내려가는 길을 찾지 못했다. 모르긴 해도 암벽을 타는 사람들이 밧줄을 타고 활개바위에 접근한 후 수거해버린 것 같다. 몽돌해변으로 다시 돌아가 해변 바위지대를 따라 접근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지만 이미 해가 저물고 있다.

 

근접하여 위에서 바라본 활개바위


할 수 없이 활개바위 바로 위까지 접근하여 사진만 찍고 발길을 돌린다. 언젠가 저 활개바위를 배경 삼아  인증샷을 날릴 날을 기대하면서...

 

 

1) 위 치

   o 전남 고흥군 도화면, 포두면

 

2) 가는 방법

   o 승용차

 

3) 트레킹 코스

   o 지죽도 금강죽봉

     - 지호복지회관→태산삼거리→ 해변 석문→태산삼거리→태산→금강죽봉

        (원점회귀, 약 3.5km, 2시간 30분)

 

   o 마복산 등산

     - 마복사(승용차 이용)→마복산→해재→임도→마복산삼거리→마복사

       (약 6.2km, 약 3시간)

 

   o 활개바위

     - 내촌마을 회관→임도→몽돌해변→소롯길→활개바위(원점회귀, 2.5km, 1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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