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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안개로 그리움이 더욱 깊어진...덕적도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1/04/10 [20:25]

종일 안개로 그리움이 더욱 깊어진...덕적도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1/04/10 [20:25]

 덕적도 서포리해변


코로나19 상황인데도 주말 아침 덕적도행 쾌속선엔 승객 80% 이상이 자리를 채웠다. 전날부터 내리던 비는 점차 그치기 시작했으나 해상은 짙은 해무로 자욱하다. 선실에는 크고 작은 배낭을 메고 온 사람들이 드문드문 눈에 띈다. 덕적도(德積島)에 트레킹이나 백패킹 하러 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서울 가까이에 크고 아름다운 섬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서해의 큰 섬      

 

 덕적도 전경/사진=인천시


덕적도는 옹진군 덕적면의 본섬으로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75km 해상에 자리 잡고 있다. 면적 22.97km 해안선 길이 37.6km로 문갑도, 소야도, 굴업도 등 8개의 유인도와 34개 무인도를 거느리며 군도(群島)를 이룬다.     

 

덕적도는 삼국시대 중국과의 교류를 위한 요충지였다. 백제는 근초고왕 27년(372년)부터 개로왕 21년(475년)까지 덕적도를 거점으로 중국과 교류를 했다. 그러나 개로왕 때 고구려의 공격으로 한강 유역을 상실하면서 백제는 100여 년 동안 이용하던 해상통로 거점을 잃고 만다.      

 

 덕적도와 건너편 소야도를 잇는 소야대교


그 후 660년 백제의 정벌을 원하는 신라의 요청에 부응해 당나라 소정방이 대군을 이끌고 들어온 곳도 덕적도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에는 인천상륙작전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유서 깊은 섬이다.     

 

덕적도는 ‘큰 물 섬’이라는 순우리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가득한(德) 물(勿)이 있는 섬이라는 의미로 옛날에는 덕물도(德勿島)로 불렸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섬사람들이 어질고 덕이 많다” 하여 오늘날의 덕적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덕적도 도우선착장에 내리는 승객들


인천항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덕적도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도우선착장(덕적바다역)이다. 덕적도는 진리, 서포리, 북리 등 3개의 법정리로 나뉘는데 선착장에 내린 승객들은 버스나 택시, 혹은 예약한 펜션에서 보내온 차량들을 이용해 각자의 목적지로 향한다. 일부는 굴업도 가는 배를 바꿔 타기 위해 선창가에서 잠시 머물기도 한다.     

 

 배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는 공영버스


공영버스는 배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다. 북리행과 서포리행 두 대의 버스(요금 : 현금 1000원)는 하루 평균 9회 운행하며 덕적도를 찾는 사람들의 발이 되어 주고 있다.          

 

#덕적도 트레킹의 포인트 비조봉과 서포리 해변      

 

덕적도에서 가볼만한 곳은 최북단 능동자갈마당과 서쪽의 밭지름해변, 서포리해변 그리고 산세가 수려하면서 덕적군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비조봉이다.      

 

 북리항에서 국수봉 구름다리 오르는 길


우리 일행은 북리에 있는 해양경찰청 덕적출장소로 가기 위해 북리행 버스에 오른다. 그곳에서부터 국수봉 구름다리까지 걸어가면 1.5km다. 그러나 기사님이 북리항 입구에 내려주어 펜션 옆 도로를 타고 시간을 아껴 구름다리에 이른다. 덕적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국수봉(314m)이지만 국수봉은 군부대가 있어 정상까지 오를 수 없다. 따라서 국수봉은 생략하고 그 인근 구름다리에서 운주봉, 비조봉(292m), 밭지름 해변을 거쳐 서포리 해변까지 약 11km의 코스를 트레킹 하기로 한다.       

 

 국수봉 구름다리


국수봉 구름다리에 올라서니 사위는 온통 안개의 나라다. 김승욱의 소설 무진기행을 연상케 할 만큼 시야가 거의 제로다. 베테랑 프로듀서 출신의 친구는 “오늘 산행 분위기가 마치 제인 캠피온 감독의 영화 피아노를 연상케 한다”며 느낌을 전한다. 영화 피아노는 말 못 하는 여주인공의 답답함을 대변하려는 듯 영화 상영 내내 축축한 산속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결말에 이르러 여주인공이 행복을 찾게 되고 우중충하던 화면도 맑고 찬란한 장면으로 전환된다.      

 

 안개 자욱한 트레킹 길


우리 일행은 이 영화의 전개 방식처럼 비조봉에 이르면 안개가 순식간에 걷히고,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덕적군도와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며 발걸음을 옮긴다.     

 

 안갯속에서 더욱 선명한 진달래꽃 


간밤에 촉촉이 비가 내린 데다 기온까지 떨어져서인지 야생화 현호색과 강남제비꽃, 개별꽃 등의 얼굴은 파르르 질린 모습이다. 그러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나무 숲 사이사이에 핀 진달래는 불타오르는 여인의 입술처럼 더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낙화를 앞둔 아름다움의 비장함이란 저런 모습인가 보다. 

 

#명품 ‘서포리 송림’에서 느껴지는 ‘벽안의 신부’ 사랑      

 

운주봉쯤 이르면 서서히 안개가 걷히려니 했으나, 산속 날씨는 변함이 없다. 비조봉 전망대에 이르렀는데도 반전은 없다. 사방은 온통 안개뿐, 문자 그대로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비조봉 전망대에 설치된 조망안내도로나마 덕적군도의 섬들을 가늠해 본다.     

 

 비조봉 오르는 길


비조봉에서 밭지름 해변으로 하산하는 길은 급경사다. 조심조심 발을 옮기며 중간쯤 내려왔을까, 철썩 철썩 파도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밭지름 해변은 규모는 작지만 한적하고 경사가 완만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황금빛 모래사장 뒤로 아름드리 해송 600여 그루가 만들어낸 솔바람은 다름 아닌 파도 소리에 부응하는 추임새다.      

 

 서포리해변 가는 길


밭지름해변에서 서포리해변까지는 일주도로를 따라 약 4km 거리다. 포장도로는 조금 지루할 만도 하지만 우측 비조봉에서 서포리 해안 방향으로 흘러내린 암릉미와 길 양쪽으로 군데군데 자연스럽게 조성된 예쁜 송림이 그런 감정을 말끔히 씻어준다. 오랜 친구들끼리 오순도순 걸으며 약밥과 고구마, 오렌지 등으로 허기를 달래는 즐거움은 그 무엇에 견줄 수가 없다.     

 

 서포리해변


서포리해변은 한적하다. 길이 1.5km, 크기 30만 평으로 낙조가 아름다운 길고 너른 해변이다. 해변의 배후에는 2007년 3월에 조성된 ‘웰빙 산림욕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100년 이상 된 아름드리 소나무 1천 그루가 멋진 송림을 연출하고 있다. 서포리 송림은 2010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어울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포리 송림


이곳에는 덕적도 주민들이 벽안의 신부님을 기리기 위해 세운 공덕비가 있다. 미국 뉴욕 메리놀 신학대학을 졸업한 베네딕트 즈베버 신부는 1959년 한국으로 파송됐다. 그 후 덕적도 본당 주임신부로 부임해 10년간 서포리에 머물면서 병원을 설립하고 상수도와 전기를 공급했다. 또 대규모 간척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자립과 복지를 위해 크게 공헌했다. 이 분이 한국명 최분도 신부님이다. 공적비에는 “내가 너희를 사랑하였듯이 너희도 서로를 사랑하라”고 적혀있다.     

 

#잊혀 가는 ‘민어 파시’와 ‘3·1운동 기념비’      

 

서포리에서 4시 인천행 배를 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선착장에 도착한다. 시간이 조금 남아 지난해 굴업도를 다녀오며 잠시 머물던 횟집으로 들어간다. 간자미 무침에 막걸리 한 순배로  갈증을 풀고, 시원하면서 뜨끈한 칼국수로 추워진 속을 달랜다.      

 

 도우선착장의 민어를 들고 있는 어부상


식당 건너 도로 우측으로는 민어를 들고 있는 어부상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수천 척의 어선들이 몰리는 민어 파시가 열렸을 정도로 북적이던 덕적도였다. 이번에 가보지 못했지만 북리 능동자갈마당 입구에는 조난자 위령비(遭難者慰靈碑)가 있다고 한다.      

 

1923년 태풍으로 민어잡이 파시가 열리던 굴업도가 큰 피해를 입자 덕적도 북리항을 새로운 항구로 개척했다. 하지만 북리항 역시 1926년부터 5차례의 태풍으로 수백 명의 어부들이 목숨을 잃게 되었다. 1931년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조난자 위령비를 세웠다.     

 

또 진리에는 3·1운동 기념비가 있다. 1919년 4월 9일 진리해변에 위치한 덕적초중고교에서 100여 명의 덕적도 주민들이 모여 만세삼창을 외치면서 독립만세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일본 경찰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피비린내 나는 검거를 시작해 많은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을 기리기 위해 3 · 1운동 60주년이 되던 1979년에 기념비를 세워 그 뜻을 기리고 있다. 기회가 되면 들러봐야 할 덕적도의 또 다른 얼굴이다.               

 

1. 위 치

  o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2. 가는 방법 

   o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인천시 중구 연안부두로 70)

    -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출발 → 덕적도 선착장

   o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황금로 1567-3)

    - 대부도 출발 → 자월도 → 덕적도 → 소야도     

   o 선박 정보 및 예매방법

    - 고려고속훼리(1577-2891) 대부해운(032-887-6669)

    - 온라인 예매처 : 가고싶은섬(island.haewoon.co.kr), www.daebuhw.com

    - 소요시간 : 쾌속선(1시간 10분), 차도선(1시간 50분)     

 인천항연안부두에서 덕적도를 오가는 쾌속선


3. 섬에서 즐기기 : 트레킹, 캠핑, 라이딩 

  □ 트레킹

    o 1코스 : 비조봉+국수봉 종주코스(약 11.5km)

     - 호박회관(구.진리마을회관) → 비조봉 → 운주봉 → 기지국철탑 → 비조봉산길 종점/

       국수봉산길 시점  →국수봉 → 용담/바갓수로봉

    o 2코스 : 비조봉+북리 해안산책길(약 10km)

    - 이개마을 입구 → 기지국철탑 → 비조봉산길 종점 → 노송식당(북2리) → 소재해변 → 능동자갈마당

    o 3코스 : 비조봉+서포리해수욕장(약 3km)

    - 밧지름해변(비조봉 입구) → 비조봉 → 덕적면 종합운동장(서포리운동장) → 서포리해수욕장 입구

  □ 라이딩

    o 일반코스(약 11.3km)

     - 진리 도우선착장 → 밧지름해변 → 서포리해수욕장 → 벗개방조제 → 벗개쉼터 →서포2리 마을회관

    o 중급코스(약 9km)

     - 진리 도우선착장 → 이개마을 → 성황당 간이쉼터 → 북리등대 → 서포2리 마을회관

    o 해안 경관코스(약 2.3km)

     - 서포리 선착장 → 서포리해수욕장 해안길 → 서포리 해안길 종점(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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