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아직 여행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만추의 정취를 만끽하며 힐링하기에 좋은 섬 여행지도 많다. 그러나 막상 집을 나서려면 망설여진다. 연육되지 않은 섬 여행은 여객선 운임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울릉도나 백령도, 가거도 같은 먼 섬을 다녀오려면 웬만한 해외여행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여객선이 육지의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대중교통의 범위에 들어간 것은 2020년 국회에서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대중교통법)안이 통과되면서부터다. 섬 지역 주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은 분명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이지만 그전까지는 대중교통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여객선이 대중교통이 된 이후부터 섬 지역 주민들은 각종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되었다. 섬을 보유한 전국의 지자체들은 상대적으로 육상 교통에 비해 비쌌던 여객선비 부담을 앞다퉈 줄였다. 농어촌 버스처럼 섬 주민이 육지를 오갈 때 육지 대중교통 수준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천원 요금제’ 정책을 시행했다.
여름 휴가철이나 명절 때 일반인을 대상으로 ‘여객운임 지원사업’도 추진했다. 이 기간에 관할 섬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지자체들은 여객선 운임을 30~50%까지 지원해 주는 정책을 한시적으로 펼쳤다.
인천시 옹진군의 경우, 연평도를 찾는 모든 여행객에게 여객선비 80%를 할인해 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른바 '전 국민 여객선 동일요금제 지원 시범사업'인데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됐다. 옹진군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연평면에 머무른 관광객은 총 1157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697명 대비 66%나 급증했다.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인천시는 내년 1월부터 시민 누구나 시내버스 요금으로 백령도 등 가고 싶은 관내 섬을 갈 수 있는 시책을 최근 내놓았다. 백령도 여객선비의 경우, 현재 일반인은 요금이 7만1700원(편도 기준)인데 내년부터 인천시민은 1500원이면 갈 수 있게 된다. 인천시는 최근 남북 안보정세로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접경 섬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섬 지역 경제 활성화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연간 60만 명 수준인 여객선 이용객 수가 66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인천시는 전망했다. 이에 따라 매년 180억 원가량 지원했던 여객선 운임지원 예산은 220억 원으로 증가한다. 문제는 정부의 별도 예산지원이 없으므로 인천시는 다른 부문의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자체가 시행해 온 한시적 여객선비 할인 정책은 전반적인 섬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볼 때 한계가 있다. 전 국민 여객선비는 ㎞당 KTX의 2.2배, 고속버스(일반)의 6.6배로 비싼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높은 여객선비 때문에 국민들의 섬 방문은 어려워지고, 이는 섬 지역의 경기침체와 정주 여건 악화, 인구소멸 가속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여객선 이용객 감소는 연안 여객선사의 경영악화 및 영세화로 이어져 섬 주민의 이동권 보장과 해상대중교통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대중교통에 부합하는 요금으로 섬을 방문할 수 있도록 여객선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현행 대중교통법 제5조 1항은 “국토교통부장관은 대중교통을 체계적으로 육성·지원하고 국민의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5년 단위의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수상대중교통에 관해서는 해양수산부장관 또는 행정안전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의 국가 예산확보를 통한 여객선비 인하 노력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른 시일 내에 전 국민 여객선 동일요금제가 실현되어 섬 여행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주무 부처는 발 벗고 나서주길 바란다.
* 이 칼럼은 브릿지경제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양진형 기자 news@kislan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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