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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기암괴석, 남해의 푸른빛을 품은...수우도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1/03/23 [13:39]

산과 기암괴석, 남해의 푸른빛을 품은...수우도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1/03/23 [13:39]

 해골바위 비박 장소에서 바라본 남해바다


봄빛이 넘실대는 삼천포 앞바다. 파도를 가르며 남동쪽으로 향하는 배의 선실에는 70여 명 남짓한 승객들로 빼곡하다. 봄을 맞아 수우도(樹牛島)를 찾는 상춘객들이다.

 

 사천 삼천포항에서 수우도 가는 배 일신호


코로나 19의 여파로 섬 여행객들이 많게는 1/10분 정도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이색 풍경이다. 삼천포항에서 수우도행 배는 아침 6시와 오후 2시 30분 두 차례뿐인데 이 배는 오전 10시 30분 출발한 이를테면 전세 여객선이다. 산악회 등에서 전세를 낼 경우 정규시간 외에도 배가 뜬다고 한다.      

 

#봄빛 넘실대는 남해바다에 뜬 통영의 맨 서쪽 섬 

 

수우도는 행정구역상으로 통영시 사량면 돈지리에 속한다. 그러나 통영보다는 삼천포항에서 가깝다. 통영에서는 배로 두 시간 남짓 거리지만 삼천포항에서 40분 이내에 도착한다. 그럼에도 통영에 속한 것은 수우도가 사량도에 속한 섬이기 때문인 듯하다.       

 

 수우도 가는 길. 우측은 신수도


섬 모양이 소와 비슷하고 나무가 많다 하여 수우도라는 이름을 얻었다. 면적 1.284㎢, 해안선 길이 7㎞로 작은 섬이다.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으로도 불렸다. 최고봉 은박산(189m)을 중심으로 남쪽 사면은 급경사의 암릉이지만 북쪽 사면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이룬다. 수우마을과 선착장은 북쪽 사면의 오목한 곳에 자리 잡았다. 현재 22가구에 4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 70~80세의 어르신들이다.      

 

주변에서는 난류성 어족인 멸치와 문어, 홍합 등이 많이 잡히는데 홍합은 수우도 산을 최고로 알아준다. 홍합 수확 철인 3~4월이면 수우도 홍합을 사기 위해 마산에서 배를 타고 올 정도다. 멸치잡이는 7월부터 12월까지인데 어선들이 선단을 이루어 조업한다.       

 

삼천포항에서 40여분 만에 수우도 도착. 뒤편 하얀 부표는 홍합 양식장 


수우도는 트레킹과 암벽 타기 섬으로 소문나 있다. 코로나 전에는 주말이면 1천 명까지 몰리기도 했다. 트레킹 코스는 약 6km에 달해 천천히 걸어도 서너 시간이면 족하다. 하지만 산과 기암괴석 남해의 비췻빛 바다를 품은 수우도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기암괴석들이 바다 위에 연출해낸 고래바위, 매바위, 신선바위, 백두봉, 해골바위 등은 절경 그 자체다.       

 

 오랜 세월의 풍화작용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해골바위


특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 속에 패어나가 구멍이 숭숭 뚫린 해골바위는 도회 생활에 닫혀있던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게 만드는 활력소다. 밤이면 방목하는 흑염소들이 이곳을 차지한 탓에 여기저기 흑염소 배설물들이 많지만 이곳에서 비박하는 사람도 있다. 저 멀리 두미도와 욕지도, 남해 끝자락을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고 쏟아지는 별을 이불 삼아 잠드는 밤은 특별하기만 할 것 같다.      

 

#시간이 빚어낸 고래바위 매바위 신선바위 해골바위, 절경   

 

트레킹 출발지는 선착장 좌측 끝에 있다. 수우도는 2016년 KBS ‘다큐멘터리 3일’ 외에도 언론 매체, 유튜브 등에 많이 소개됐다. 산꾼들에게 꽤 알려졌음을 확인이나 해주듯이 산악회 리본이 많이 달려 있다. 

 

 고래바위 가는 길에서 바라본 매바위(가운데)와 백두봉(우측)

 

 고래바위 능선

 

등산로는 그리 가파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푹신하다. 드디어 동백 숲 지대다. 300여 년 수령의 동백나무는 12월에 개화하여 3, 4월에 절정을 이른다고 하는데 지금이 그 시기다. 동백숲 사이로 분홍빛 진달래가 납작 엎드려 환하게 웃고 있다. 해풍 때문인지 육지의 진달래보다 키가 작다. 벌써 낙화한 진달래 꽃잎들, 동백과 견주려니 마음속에 자그마한 상심(傷心)이 인다.      

 

 고래바위에서 바라본 사량도


이제 시원한 바다가 드러나는 암릉, 고래바위다. 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다부진 근육질 사내의 모습이랄까. 고래바위 정상에서 동쪽 건너편으로는 사량도 지리산 능선이 한려수도 최고의 준령임을 드러내고 있다. 남쪽으로는 옅은 해무 탓인지 두미도와 욕지도가 아스라하다. 서쪽 발아래로는 매바위와 신선대, 백두봉이 가히 압권이다.       

 

 백두봉 오르는 길


신선대에서 고래바위를 바라보니, 정말 고래가 사량도를 향해 헤엄쳐가는 것 같다. 신선대 좌우로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벼랑 끝에서 암벽을 많이 타는지 자일을 거는 쇠고리가 박혀있다. 

 

 백두봉에서 바라본 고래바위. 마치 사량도를 향해 헤엄쳐가는 모습이다.


백두봉에서 바라보는 신선대와 고래바위, 매바위, 건너편 사량도의 모습이 또 다른 정취다. 백두봉에 부는 바람은 거세다. 파도가 철썩대는 벼랑 아래서는 음매~ 하고 흑염소 울음소리가 바위 표면을 타고 올라온다.       

 해골바위 내부


해골바위는 ‘오를재↔은박산’ 표지판 조금 지난 곳에서 좌측 암릉을 따라 해안 자락 거의 끝까지 내려가야 한다. 그곳에서 좌측 동백숲으로 난 소롯길을 따라 내려가면 기묘한 형상의 바위와 마주한다. 구멍 뚫리고 패인 공간들은 사람 몇명이 들어가 도를 닦아도 될 만큼 충분하다. 그런데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산꾼들 사이로 웬 누렁이 한 마리가 보인다. 정체가 궁금해진다.      

 

 해골바위 내부 2


#동백꽃 진달래 산벚꽃.. 코발트블루 바다를 배경으로 핀 현호색까지  

 

해골바위 사이에서 느긋하게 놀다가 다시 ‘오를재↔은박산’ 표지판 지점으로 오른다. 대여섯 명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데 아까 본 누렁이가 배고픈 듯 그 옆에 서 있다가 이제 우리 일행을 바짝 뒤따른다. 마침 배낭에 빵 하나가 남아 있어 던져줬더니 단번에 삼키고 만다. 이 녀석 그 뒤부터 우리의 호위무사다.       

 

 300여 년 수령의 동백나무 숲


은박산 정상을 지나 몽돌해변으로 내려서는 길도 동백나무가 어두컴컴한 숲을 만들었다. 역시 낙화한 동백꽃 천지다. 지금까지 남해의 섬들을 다니면서 눈에서 붉은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오늘처럼 많이 떨어져 있는 동백꽃을 본 적이 없다. 이어 다시 드러난 코발트블루의 바다를 배경으로 야생화 현호색이 분분(紛紛)한 동백의 슬픔을 지우라는 듯 환하게 분홍빛으로 웃고 있다.   

   

 몽돌해변


몽돌해변은 콘크리트로 지어진 샤워장이 있을 정도로 예전 이름난 해수욕장이었다는데 2003년 태풍 ‘매미’로 지금은 폐허나 나름 없이 변했다. 이제 아주 신비로운 전설이 내려오는 수우마을을 둘러볼 차례다. 여태껏 뒤를 따르면 누렁이는 의무를 다했다는 듯 급히 마을 쪽으로 사라진다.      

 

 지령사 입구 벽화


옛날 수우도에 아주 신비한 아이가 태어났다. 헤엄을 아주 잘 쳐서 물고기들과 바다 깊숙이에서 헤엄치고 놀았다. 점차 자라면서 놀랍게도 겨드랑이에 아가미가 생기고, 딱딱한 비늘이 온몸을 덮어갔다. 결국 반인반어(半人半魚)의 모습이 됐다. 마침 남해안 일대에는 왜구가 출몰하여 노략질을 일삼았다. 그는 축지법을 쓰듯 물속과 인근 섬들의 봉우리를 오가며 왜구를 물리치고 전리품들은 섬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가 바로 전설의 설운 장군이다.      

 

#반인반어(半人半魚)의 설운 장군, 아직도 남해바다 지키는 수호신  

 

왜구들은 섬 주민을 꾀어 조정에 거짓 상소문을 올리게 했다. 바다 괴물이 자신들을 괴롭혀 고기잡이를 못  하게 하여 굶어 죽어간다는 내용이었다. 조정에서는 관군을 보내 괴물을 잡도록 했다. 관군은 그를 잡아 아무리 목을 베어도 죽지 않자, 목을 벨 때마다 밀가루를 뿌렸다.       

 

 설운 장군을 모시는 지령사


반인반어로 왜구를 물리쳤으나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장군을 위해 주민들은 사당을 지었다. 지령사(至靈柌)다. 이곳에서 매년 음력 시월 보름이면 제사를 지내왔는데 10여 년 전부터는 마을에서 제주(祭主)를 구하기 어려워 지금은 3년에 한 번씩 지낸다고 한다. 지령사 뒤쪽에는 당산나무처럼 보이는 두 그루의 큰 느티나무가 있다. 설운 장군을 수호하는 수문장 같아 보인다.      

 

지령사 바로 아래로는 2018년 1월 완공된 ‘수우마을 복합 휴양센터’가 있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일종의 민박집인데 옛 사량초등학교 수우분교 터다. 1946년에 개교하여 2008년 폐교될 때까지 26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한다.       

 

 수우마을 벽화


봄날 오후, 수우도를 주제로 예쁜 벽화가 그려진 수우마을은 참으로 안온해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곳 어르신들의 눈빛에는 외지 사람에 대한 불안감이 역력하다. 어서 코로나가 종식되어 예전처럼 그분들의 얼굴에 정겨움이 깃들기를, 그런 진정한 봄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1. 위 치

   o 경남 통영시 사량면 돈지리             

 

2. 가는 방법 

   o 경남 사천시 삼천포항 (수우도 선착장) 

    - 수우도 선착장→수우도(06:00, 14:30) 2회 운항 (문의 : 055-832-5033)

      *선착장이 수협 회센터 앞에 위치해 있으나, 찾기 힘들 수 있으므로 전화 필수

    - 숙박 : 수우마을 복합휴양센터(055-835-7790) 

 

 3. 섬에서 즐기기 : 트레킹 

   o 수우도 선착장→고래바위→신선대→백두봉→해골바위→은박산→동백군락지→몽돌해수욕장

     →수우도 선착장(마을) : 약 6km, 4시간 소요    

 

 수우도 등산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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