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리, 터렐..세계적 거장들이 왜 신안에 예술작품을?신안군, '인구소멸 위험 1위' 탈출 전략은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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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이 예술섬 프로젝트로 전국 '인구소멸 위험 1위'라는 불명예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인구 3만 명인 신안군의 지방소멸 대응 전략은 '문화예술'이다. 신안군은 유인도 72개를 포함한 1025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2019년부터 하나의 섬에 하나의 미술관을 짓는 '예술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15개 섬에 미술관 26곳을 건립하는 ‘1섬 1뮤지엄’ 사업이다. 제임스 터렐, 올라퍼 엘리아슨, 마리오 보타, 야나기 유키노리 등 '세계 최고' '현대의 거장' 같은 칭호가 붙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각 섬에 들어선다.
'빛의 예술가'라 불리는 호주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은 0.66㎢ 크기의 무인도 노대도에 설치된다. 계획된 터렐의 작품은 총 9점으로 '스카이 스페이스' 등 대표작을 총망라한다. 덴마크 설치예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은 도초도 수국정원 정상에 수국 형상의 대형 작품을 설치한다.
안좌도 신촌저수지 위에는 천일염 결정체처럼 반짝이는 큐브 형태 구조물 7개가 둥둥 떠 있다. 1588㎡ 규모로 건설되고 있는 '플로팅 뮤지엄'으로, 내년 초 개관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일본인 예술가 야나기 유키노리가 설계한 세계 최초의 수상 미술관이다. 작가는 버려진 구리제련소를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키며 소멸 위기의 이누지마섬을 예술섬으로 만든 '이누지마 아트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이 미술관은 400m 정도 떨어져 있는 김환기 화백의 생가와 시너지를 내며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받는다.
전남 신안군 비금도 원평해변에는 영국의 세계적 조각가 앤터니 곰리(74)의 신작 '엘리멘털'이 설치된다. 곰리는 인체와 공간의 관계성을 찾는 조각·설치·공공예술 작품으로 명성을 얻은 거장이다. 38개의 큐브로 구성된 작품은 밀물 때는 물속에 잠겨 일부만 보이고, 물이 빠져나가면 웅크려 휴식을 취하는 인간의 모습이 온전하게 드러날 예정이다. 2022년 비금도 방문 후 작품을 구상한 곰리는 최근 조감도를 완성했는데 설계비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지난 6일 압해도 저녁노을미술관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곰리 작가에게 '형님'이라 부르며 신안군을 조금만 도와달라고 부탁했더니, 자기 작품이 이곳에 만들어져서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서울 리움미술관과 강남 교보타워를 설계한 마리오 보타는 목포 출신인 박은선 조각가와 함께 자은도에 '인피니또 뮤지엄'을 짓는다. 장소 후보지로 서울도 물망에 올랐지만 "서울은 기회가 많으니 박 조각가의 고향과 가까운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보타의 의지가 분명했다고 한다.
스페인 출신 그라피티 아티스트 덜크는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 호랑이와 신안을 상징하는 쇠제비갈매기, 개구리, 짱뚱어 등을 그린 그라피티를 압해도 압해읍사무소 벽면에 그렸다. 신안군은 소멸 위기 지역들이 환경 정비를 위해 선택하는 '벽화' 대신 저항의 거리예술인 '그라피티(래커 스프레이 등으로 공공장소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를 남기는 행위)'를 선택했다. 존원, 덜크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의 그래피티가 읍사무소, 복지회관, 농협 등 압해도의 공공건물을 장식한다.
신안군이 인구 유입을 위해 신혼부부 등에게 월 1만원에 임대하는 주택 '펠리스파크'의 벽면에는 프랑스 최고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문화예술훈장을 받은 미국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원의 작품이 그려진다.
작업을 위해 지난 5일 신안군을 찾은 존원은 "뉴욕 할렘 출신인 나는 어릴 때 박물관에 가지 못해 거리에서 예술을 배웠다"며 "누구에게나 개방된 '오픈 뮤지엄'의 형태로 다양한 사람들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