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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 여전히 눈부신...옹진 백령도

렌터카로 백령도 자유여행 1박 2일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3/05/06 [11:43]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 여전히 눈부신...옹진 백령도

렌터카로 백령도 자유여행 1박 2일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3/05/06 [11:43]

# 북한 장산곶에서 15km 떨어진, 국토의 아픈 손가락

 

인천에서 230km 떨어져 있어 쾌속선으로 네 시간 동안 물살을 갈라야 닿을 수 있는 땅, 너무 멀리 떨어져 애틋한 섬, 북한과 대치하고 있어 안타까운 섬-. 백령도는 우리 국토의 그리움이요, 아픈 손가락이다.

 

 

서해의 바닷길 중심에 위치해 번성했던 백령도는 6.25 전쟁 이후 남북이 대치하며 70여 년간 위태로운 삶을 살아왔다. 위도상 북한 땅보다 위쪽에 있어 서해 최북단 섬으로 부르는 백령도에선 북한 땅이 코앞이다. 백령도와 15km 떨어진, 설화 속 용맹스러운 장산곶매가 연상되는 북한 땅 장산곶 사이엔 갈 수 없는 바다가 존재한다.

 

용기원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백령도 북쪽

 

백령도에 사람들이 물밀 듯이 밀려든 때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이듬해다. 인민군을 피해 목숨을 걸고 인당수 바다를 건넌 사람들이었다. “내 금세 돌아 오갔시오.” 배에 오르며 고향의 부모, 처자식에 남긴 그 말이 생전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이야.

 

콘크리트 장벽과 철조망에 둘러 싸인 하늬해변


그 후 NLL과 3·8선, 한 해 두 해 지나며 남과 북 사이엔 콘크리트보다 두꺼운 장벽이 쳐졌다. 현재 백령도엔 민간인과 군인이 각각 5000여 명씩 살고 있다.

 

# 배표가 있어도, 하늘이 길을 열어줘야 갈 수 있는 곳

 

백령도의 지명은 조금씩 변해왔다. 고구려 영토에 속했던 시기엔 ‘고니섬’이란 뜻으로 고니 곡(鵠) 자를 써서 곡도라 불렀다. 고니 때가 많이 왔기 때문이란다. 백령도(白翎島)라 부르기 시작한 때는 고려시대부터다.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는 형상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예로부터 백령도는 중국과의 교류거점이자, 서해를 방어하는 군사요충지이기도 했다. 고려 현종 9년(1018)에 백령도에 진(鎭)을 두었는데 백령도의 중심마을인 ‘진촌(鎭村)이란 지명이 여기서 유래했다.

 

또한 유배의 섬이기도 했다. 고려의 개국 공신이자 왕건의 오른팔이던 유금필이 이 섬에 유배왔으며, 고려 충숙왕 10년(1323)엔 중국 원나라 발라태자가 귀양 왔다는 기록도 전한다. 조선 광해군 12년(1614) 백령도에 귀양을 왔던 이대기는 4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하며 ‘백령도지’를 남겼는데 여기서 백령도를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 묘사했다.

 

고봉포 사자바위


지금도 풍랑이 거세고 해무가 끼면 배가 뜨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백령도에 들어갔다가 며칠씩 유배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배표가 있어도 하늘과 바다가 길을 열어주어야 갈 수 있는 곳이 백령도다. 백령도는 이대기의 수식어만큼 풍광이 눈부시어 가볼 만한 곳이 많다. 두무진(국가명승 제8호)과 콩돌해안(천연기념물 제392호), 사곶해변(천연기념물 제391호), 진촌리 현무암(천연기념물 제393호), 용틀임바위와 남포리습곡(천연기념물 제507호) 등이 그곳이다.

 

# 10억년 세월의 작품 두무진과 심청각, 천안함 위령탑

 

해상에서 본 두무진

코끼리바위


서해의 해금강으로도 불리는 두무진은 마치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10억 년 전 모래가 쌓여 퇴적암인 사암이 된 후 높은 온도와 압력에 의해 규암으로 변한 퇴적층을 잘 보여준다. 두무진의 풍광을 제대로 보려면 걸어서 왕복으로 1.5km 남짓한 육지 두무진을 구경한 후 유람선으로 1시가 30분가량 진행되는 해상 두무진을 관람해야 한다.

 

심청상. 그 너머로 북한 장산곶이 보인다

용틀임바위 위에서 줌으로 당겨 찍은 연봉바위.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에 있다 

 

효녀 심청 설화가 탄생한 곳도 백령도다. 앞을 못 보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심청이가 치마폭을 뒤집어쓴 채 풍덩 몸을 던진 인당수는 백령도 서북쪽 두무진과 북한 장산곶 중간지점이다. 인당수에 빠졌던 심청이 용궁에 갔다가 타고 나온 연꽃이 걸려 있었다던 연봉바위는 심청이의 흔적으로 남았다.

 

 천안함 위령탑


백령도에서 남북분단의 긴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서남방 2.5km 해역에서 경비작전을 수행하던 우리 해군의 천안함은 수중에서 발생한 폭발로 함수와 함미로 절단되어 침몰했다. 104명의 승조원 중 58명은 구조됐으나 46명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 후 민간어선이 천안함 침몰해역에서 북한제 어뢰 추진체를 수거함으로써 천안함 침몰이 ‘북한제 감응 어뢰’의 수중폭발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 용기원산전망대, 진촌리현무암과 하늬해변의 물범바위

 

용기원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백령도 용기포항과 사곶해변


용기포항 좌측에 있는 용기원산전망대는 백령도 일출 명소다. 기상의 변화가 심해 해를 못 볼 수도 있지만, 그곳에서 북쪽으로 보는 하늬해변과 서쪽 방향 사곶해변의 광경은 시원스럽다.

 

진촌리현무암은 제주도의 암석과 같은 것으로 마그마가 지각을 뚫고 올라와 지표로 분출하며 만들어진 바위다. 철과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 진촌리현무암에서 지구 생태환경의 비밀을 풀 수 있는 감람석 알갱이가 박혀 있다.

 

하늬해변에서 바라본 물범바위. 이른 아침이라 물범 대신 가마우지가 물범바위를 점령했다


백령도에서는 점박이물범, 저어새, 가마우지, 괭이갈매기 등 다양한 생물이 더불어 살아간다. 엷은 은회색 바탕에 타원형의 작은 점무늬가 온몸에 박혀 있는 백령도 점박이물범은 1982년 천연기념물(제331호)로 지정됐다.

 

점박이물범은 썰물 때 진촌리 북동쪽 하늬바다 앞 물범바위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카메라를 당겨보니 이른 시각이어선지 몰라도 물범 대신 검은색 가마우지만 보인다. 가마우지는 몸길이 89cm~100cm로 물속에서 71초까지 머물며 먹이를 사냥해 잠수왕으로도 불린다.

 

# 우리나라 두 번째 교회 ‘중화동 교회’와 김대건 신부 유해를 모신 ’백령성당‘

 

1898년 건립된 중화동 교회


백령도 주민 가운데 종교인의 상당수는 기독교이다. 이는 중화동교회와 연관이 있다. 중화동교회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장로교회다. 개화파 정치인 허득(許得)이 황해도 소래교회의 도움을 받아 1898년 10월 9일 설립했다.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모신 백령성당


또한 중국 산둥반도와 가까운 백령도는 초창기 천주교의 밀입국 루트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신부인 김대건 신부는 백령도를 거점으로 한 해상 밀입국 루트를 개척한 후 관헌에 채포됐다. 그러나 이 루트를 통해 1846~1880년까지 프랑스 선교사 17명이 중국에서 해로로 입국했다 한다. 진촌리 백령성당에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일부 유해를 모시고 있다.

 

# 용틀임바위와 콩돌해변, 사곶해변, 화동호수, 백령공항

 

용틀임바위 앞에서 알을 품고 있는 괭이갈매기


파도와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바다 한가운데 솟은 용틀임바위는 이제 막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아준다. 용틀임바위를 끼고 있는 남포리습곡엔 무수한 괭이갈매기들이 날아올랐다. 이곳 문화해설사 얘기에 의하면 요즘(4월 말)은 알을 품는 시기라 갈매기들이 매우 예민하다 한다. 암컷은 알을 품고 있고, 수컷은 배회하며 가족을 지키기에 바쁘다.

 

콩알만한 돌들의 하모니, 콩돌해변 


콩돌해변은 풍화와 침식작용으로 둥글둥글해진 돌들이 가득한 해변이다. 울긋불긋 오색의 콩돌 해변을 맨발로 200여m 걸어보니, 혈액순환이 잘돼서 그런지 금세 몸이 뜨거워진다.

 

비행장으로 사용됐던 사곶해변


길이 2Km, 폭 200여m의 고운 백사장으로 이뤄진 사곶해변은 공항식별부호까지 보유한 천연비행장이다. 한때 B-29나 C-4와 같은 수송기의 이착륙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모래 지반이 약해지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측은 사곶해변. 좌측은 담수호인 화동호수(백령호). 2027년 개항 예정인 백령공항은 이 호수 옆 솔개지구에 건설된다


해양전문가들은 사곶해변이 천연비행장 기능을 상실한 이유로 화동호수 제방 때문이라 보고 있다. 1992년 백령도 물 부족 문제 해결과 해안 진지 구축을 목적으로, 진촌과 북포지구 사이 약 5km의 제방을 쌓아 형성된 화동호수는 보이지 않을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염분 수치가 많아 농업용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그동안 논란의 중심이 되어 왔다.

 

정부는 화동호수 옆 솔개지구에 2027년 개항을 목표로 50인승 민·군 겸용 소형공항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배로 4시간 거리인 백령도는 1시간대로 이동시간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 백령도 맛의 코드...백령냉면과 굴국, 까나리액젓

 

백령도 주민의 90%는 농사로 먹고산다. 바다에서 삶을 길어 올리는 사람들은 10% 정도다. 농사일과 함께 오래전부터 전복과 홍어, 꽃게를 잡고 돌김, 홍합, 굴과 미역을 채취하며 삶을 이어 왔다. 1960~1980년대까지만 해도 백령도엔 홍어와 전복, 해삼, 가리비를 잡는 해녀가 있었다고 한다. 

 


고향 땅을 바라보며 백령도 실향민들은 고향의 음식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가족과 오순도순 둘러앉아 만들어 먹던 고향 음식이 그나마 수구초심의 애달픔을 달래주었다. 평양·함흥냉면을 모태로 한 ‘백령냉면’은 그렇게 탄생했다.

 

백령도 하면 또한 ‘까나리’를 빼놓을 수 없다. 까나리액젓은 김치를 담글 때는 물론이고 나물 무침 등 여러 반찬에 넣어 먹는 필수 양념이다. 까나리를 말려 졸여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백령도 1박 2일 자유여행 일정표〉

 

1) 여객선 예약 : 여객선 예약·예매사이트 ‘가보고싶은섬’

 

백령도 용기포항의 코리아프라이드호

 

2) 백령도 여행 1일 차

    08:00 인천항연안여객선터미널 도착 08:30 인천항 출항

    12:20 백령도 용기포항 도착 (사전예약 렌터카 인수)

     - 백령도 여행은 여행사를 통하거나, 렌트 차량으로 여행하기 좋음.

    12:40 숙소 체크인(아일랜드캐슬, 진촌리) 12:50 점심 식사(뚱이네맛집, 홍합밥 등)

    13:40 백령성당 14:05 심청각 14:30 고봉포 사자바위

    15:05-17:15 두무진 산책로(1.5km) 및 무두진 해상관람 (성인/인 2만1000원)

    17:30-17:40 천안함 위령탑

    17:55-19:10 두무진항에서 저녁(자연산 회와 매운탕)

    19:20 걸어서 두무진 일몰 구경

    19:40 숙소 이동 후 휴식, 취침

 

두무진 일몰


3) 백령도 여행 2일 차

    05:30 기상 05:40 용기포원산전망대 일출

    06:05 진촌리 하늬해변

    07:50 아침식사(콩나물굴국해장국, 뚱이네맛집) 08:30 숙소 체크아웃(아일랜드캐슬)

    09:20 중화동 교회 10:00 용틀임바위와 남포리습곡

    10:30 콩돌해변 맨발 걷기

    11:10 사곶해변 전망대 11:35 사곶해변 걷기

    12:00 점심식사(냉면, 사곶냉면) 13:00 용기포항 렌터카 반납

    13:30 용기포항 출발

    13:50 대청도 선진포항 도착 

 

4) 추천사이트 : 여객선 예약예매 사이트 : http://island.haewoon.co.kr/

                                 백령도 홈페이지 : http://www.baengnyeongdo.com/

                                       옹진군 문화관광 : https://www.ongjin.go.kr/open_content/tour/

                                           대한민국 구석구석 : https://me2.do/FpMKzN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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