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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고립에서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통영 비진도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2/12/12 [08:37]

완벽한 고립에서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통영 비진도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2/12/12 [08:37]

이순신 장군이 해전에서 승리한 보배로운 모래시계 섬

 

미인전망대에서 바라본 비진도 전경


항구의 시계는 늘 부지런하다. 새벽 6시 10분 도착한 통영여객선터미널 앞 서호시장은 어둠 속 불빛으로 밝다. 따끈한 시레기 국물로 한기를 다스리려 '시락국 집'에 도착하니, 벌써 탁자를 에워싸고 손님들이 앉아 있다.

 

통영-비진도-매물도 운항 여객선


6시 50분 통영항을 출발한 여객선은 30여 분 달려 비진도 내항에 도착해 예닐곱의 길손들을 내려놓는다. 비진도 외항에서 1시 20분 출항하는 배를 타고 나가기까지 6시간의 자유가 주어졌다. 고립이 주는 호젓한 자유, 오롯이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다.

 

통영 용초도(좌측)와 비진도(우측) 사이의 일출 


이순신 장군이 왜적과의 해전에서 승리한 보배로운 곳이라는 뜻에서 비진도라 불린다. 비진도는 안 섬(큰등산)과 바깥 섬(밧섬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섬 사이에는 500여m의 사주가 형성되어 마치 모래시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섬 전체가 급경사 산지인데 그나마 조금 완만한 곳에 바람을 피한 집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고, 그 사이사이 손바닥만 틈새를 비집고 밭들이 자리 잡았다.

 

비진도 내항마을에서 바라본 통영 미륵도 방면


비진도 백사장은 사주 서쪽에 형성되어 있으며, 동쪽은 특이하게도 자갈밭으로 이뤄져 있다. 백사장은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얕은데 바닷물이 산호빛이어서 여름철 휴양지로 최적지이다.

 

아름다운 비진도 해변


그래서 피서철이면 가족 단위의 피서객이나 스노클링, 수상 오토바이와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등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다. 해변 배후에는 수령 100년 이상 된 해송 수십 그루가 숲을 이루어 운치를 더해준다.

 

여름 휴양지로 각광받지만 겨울 트레킹도 인기 

 

비진도는 트레커들도 자주 찾는 섬이다. 통영항에서 가까운 데다 둘레길이 잘 닦여 있기 때문이다. 비진도 내항마을에서 외항마을 사구 해변까지는 2km 정도의 거리다. 섬 허리를 타고 잘 닦여진 길가에는 빨간 동백들이 피어나고 있다. 바다 건너 우측으로 오곡도와 연대도, 미륵도 케이블카와 달아공원 등이 보인다.

 

내항마을에서 외항마을을 넘어가는 길에 바라본 비진도


내항마을에서 30여분 쯤 시멘트 도로를 따라 도착한 외항마을은 순박한 섬마을인 내항마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관광화된 펜션과 카페, 민박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외항마을의 민박집과 카페


멧돼지 때문인지 시금치 밭 둘레에는 철조망 그물이 여지없이 처져있다. 잠시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더니, 지나던 어르신이 비진도는 섬초가 유명한데 지금 제철이라고 하신다.

 

외항마을 시금치 밭

 

이어 외항마을에서 ’바깥 섬‘으로 가는 사구 해변을 지나는데 밀물 때라 그런지 파도가 거의 발밑까지 일렁인다. 관광객과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시멘트 다리를 높이는 보강 작업이 한창이다. 바닷속이 훤히 보이는 맑은 물결에서, 아름다웠을 여름 산호빛 해변의 이국적 정취를 상상해 본다.

 

안 섬에서 바깥 섬으로 가는 사구


바깥 섬 둘레길은 선유봉 자락을 에워싸고 원점 회귀가 가능하도록 조성돼 있다. 선유봉(312m)과 미인전망대를 도는 거리(3시간 소요)인데 초급자나 노약자들은 우측으로 도는 게 수월하다. 비진도 둘레길은 동백과 후박나무 군락 등을 통과해 바닷길을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오솔길이다.

 

미인전망대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전경, 쉽게 잊을 수 없어

 

비진도 외항선착장에서 좌측 방향으로 선유봉 가는 둘레길


통영 앞바다 한산도, 연대도, 비진도, 대물도, 소매물도 등 한려해상국립공원 섬에는 '바다백리길'이란 이름으로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옛날 섬 주민들이 나무하러 다니거나 생계를 위해 오갔던 길을 활용해 조성한 둘레길이다. 이중 비진도 둘레길은 한려해상의 비경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조망처라 할 수 있다.

 

망부석전망대에서 바라본 용초도와 추봉도


특히, 비진도 미인전망대에서 보는 사구 해변과 안 섬의 풍광은 기억 속에서 쉽게 지울 수 없는 절경으로 남을 것 같다. 스스로 ’자유인‘ 임이 뼛속까지 느껴져 한동안 움직이고 싶지 않을 정도다.

 

흔들바위. 윗면 바위를 양손으로 밀치면 미세하게 움직인다


미인전망대를 뒤로하고 조금 오르면, 흔들바위가 나온다. 행여 움직일까 하고 덩치가 큰 바위 윗면을 밀쳐보니 설악산 흔들바위처럼 미세하게 움직인다. 이 바위에는 하늘로 올라간 선녀가 홀로 남은 어머니의 끼니가 걱정되어 밥공기를 내려보낸 것이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선유봉 전망대. 전망대에 오르면 동남 쪽으로 매물도, 소매물도, 소지도 등이 보인다


이어 데크계단을 오르내리면 비진도 최고봉 선유봉에 도착한다. 통영의 섬들을 사방으로 조망할 수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동남 쪽으로 매물도, 소매물도, 소지도 등이 보인다. 하산길에 무리가 낙엽 밟고 지나는 소리가 들려, 멧돼지가 아닌지 일순 긴장했는데 야생 흑염소 가족이다. 흑염소는 비진도의 명물 중 하나라고 한다.

 

야생 흑염소들


통영 바다와 통영의 섬들 두루 감상할 수 있는, 비진도 둘레길

 

비진도전망대에 도착했더니 연화도와 우도, 욕지도, 상·하노대도, 두미도 등이 얼굴을 내민다. 통영의 섬들은 언제 봐도 넉넉하고 편안하다. 해안절벽 지대인 노루여전망대를 지나 슬핑이치 또는 갈치바위라 불리는 기암괴석에 도착한다.

 

갈치바위


출입금지 푯말이 붙은 아래 해변에는 낚시객들이 모여 낚시를 즐기고 있다. 갈치바위는 그 생김새가 갈치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태풍이 불 때마다 파도가 이 바위 위로 넘나들면서 소나무 가지에 갈치들을 걸쳐 놓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의 발자취 끊긴 비진암


갈치바위에서 호젓한 둘레길을 걸어 비진암에 도착한다. 이곳은 옛 수표마을인데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지 않는다. 비진암은 외항마을 출신의 비구니가 지었는데 한동안 머물다가 육지의 스님에게 팔고 떠났다고 한다. 암자를 사들인 스님도 자주 오지 않는지 문이 굳게 닫혀있다. 암자에서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에 물과 전기를 끌어온 흔적도 보이는데 사람의 손길이 끊긴 지 오래인 듯하다.

 

시금치를 팔고 있는 할머니들.."진주 남강댐 물이 공급된 후 물 걱정 없다"고

 

외항마을 선착장 입구에서 비진도 섬초를 팔고 있는 할머니들


트레킹을 마치고 선착장 입구에 도착하니 아까는 보이지 않던 할머니 두 분이 잘 다듬어진 시금치를 팔고 있다. 한 분은 88세, 한 분은 85세로 외항마을 분들인데 어떤 사람이 트레킹 마치고 오는 길에 시금치를 사겠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란다.

 

얼핏 보아 여남은 다발인데 한 단에 3천 원이면 값이 싸다. 배낭에 넣기 전 살펴보니 신안 비금초는 땅으로 낮게 잎사귀를 내렸지만, 이곳 섬초는 줄기가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외항마을 한려해상국립공원 사무소


88세 할머니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비진도에는 100여 가구가 살았는데 지금은 40여 가구 정도 남았다고 한다. 도시로 나갔거나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는 얘긴데 “자신도 이제 갈 곳은 한 군데밖에 없다”며 너스레를 떠신다.

 

할머니에게 지금 서남해안 섬 가뭄이 심각한데 시금치 농사에 어려움이 없느냐 물었더니, 집마다 물이 콸콸 쏟아져 걱정이 없단다. 예전에는 비진도도 물이 귀해, 특히 피서객이 몰리는 여름이면 물 걱정으로 난리가 아니었는데 5년 전엔가 진주 남강댐 물을 해저로 끌어오면서 물 걱정할 일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1. 위 치

   o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도리

 


2. 가는 방법

   o 통영여객선터미널

     - 통영→비진도 : 06:50, 10:50, 14:30

     - 비진도→통영 : 09:30, 13:20, 17:10

       ☎ 문의 : (055) 645-3717 (한솔해운)

        * 여름철 및 겨울철 운영시간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선사와 홈페이지 통해 확인 필요.

 

통영항으로 나가기 위해 줄을 선 관광객들

 

3. 섬에서 즐기기 : 트레킹, 해양스포츠

    o 트레킹 코스

      1)트레킹 1코스 : 외항선착장-비진암-후박나무자생지-외항선착장(1시간 40분)

      2)트레킹 2코스 : 외항선착장-미인전망대-흔들바위-선유대-후박나무자생지-비진암-외항선

      3)트레킹 3코스 : 내항선착장-내외항산책로-외항마을-비진해수욕장-미인전망대-흔들바위-

                            선유봉-비진도전망대-갈치바위전망대-비진암-회항선착장(10km, 3시간 30분)

 

비진도 외항마을 트레킹 코스


      * 통영항에서 매물도와 소매물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비진도를 경유하기 때문에 이들 섬과

        연계하여 1박 2일, 혹은 2박 3일의 일정으로 캠핑과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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