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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면 바다도 편안히 잠든다...서산 웅도

갯벌에 코를 박고 자는 고깃배..더없이 평화로워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2/11/21 [07:24]

그 섬에 가면 바다도 편안히 잠든다...서산 웅도

갯벌에 코를 박고 자는 고깃배..더없이 평화로워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2/11/21 [07:24]

만조 때 물이 차오른 웅도 유두교/서산시


서산의 명소와 연계해 당일치기 좋은 섬, 웅도

 

섬 여행은 날씨가 변수여서 항상 ‘플랜B’가 있어야 한다. 충남 서산시 웅도 가는 날도 그랬다. 당초 보령의 섬들을 가려고 했으나 기상 상황을 보니, 강풍으로 배가 결항할 확률이 높다. 아니나 다를까 당일 새벽 대천항 운항관리센터를 통해 알아보니 아침 배가 결항이다.

 

썰물 때의 웅도 갯벌. 갯벌에 코를 박고 자고 있는 고깃배가 더 없이 평화롭다


그래서 플랜B로 선택한 웅도로 향했다. 웅도는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 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다. 게다가 행정안전부와 한국섬진흥원이 올여름 ‘찾아가고 싶은 섬’ 15곳 중 '밤하늘을 보기 좋은 캠핑 섬'으로 선정한 바 있다. 다만, 만조 시에는 웅도와 모개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널 수 없는데 물때표(바다타임 웹)를 보니, 그럴 일은 없겠다.

 

게다가 웅도는 섬이 작아서 서산마애삼존불상과 개심사 등 서산의 명소들과 연계해 다녀올 수 있다. 오전에 마애삼존불상, 개심사를 들렀다가 오후에 웅도 트레킹을 한다면 멋진 하루 여행코스가 될 것이다.

 

밝고 평화로운 ‘백제의 미소’ 서산마애삼존불상

 

서산마애삼존불상 오르는 길


서해안고속도 서산IC로 빠져나와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에 있는 마애삼존불상 입구에 도착한다. 근래에 비가 많이 왔음인지 수량이 풍부한 용현계곡에는 아직 지지 않은 붉은 단풍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입구에서 계곡을 건너 300여 미터 돌계단을 오르니, 백제 말기 화강암에 새겨진 서산마애삼존불(국보 제84호)이 포근한 미소로 맞아준다.

 

백제 말기에 화강암에 조각된 마애삼존불상


삼존불은 그리 거대한 조각상이 아니다. 마치 이웃집 인상 좋은 아저씨를 보는듯 인간적이다. 이들 불상의 미소는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데 아침에는 밝고 평화로운 미소를, 저녁에는 자비로운 미소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서산과 예산의 경계에 있는 가야산 기슭에는 백제 시대부터 많은 사찰이 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마애불에서 1.4km의 거리에 보원사지가, 6.8km에 거리에는 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묘가 있는 가야사지가, 그리고 보원사지에서 걸어서 산 하나를 넘어 1.7km의 지점에 개심사가 위치해 있다.

 

보원사지 5층 석탑


특히 서산시 운산면은 6세기 중국의 불교문화가 태안반도를 거쳐 백제의 수도, 부여로 가던 길목이었다. 그래서 이 길은 당나라의 불교가 가장 먼저 상륙하여 삼국시대부터 승려, 불교 순례자, 상인들이 걷던 길이기도 하고,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고 유학 가던 발걸음을 돌렸던 원효대사가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보원사지에서 개심사로 넘어가는 '서산 아라메길'


현재 서산시에서는 삼존마애불~보원사지~개심사에 이르는 이 루트를 ‘서산 아라메길’로 조성해 놓았다. 만추의 계절에 트레킹하기에 그지없이 좋은 길로 여겨졌으나, 일정상 훗날을 기약하고 자동차로 개심사로 이동한다.

 

‘꽃이 피니 마음도 열리네’ 가을 국화꽃 축제, 천년고찰 개심사

 

상왕산 개심사. 근대의 명필 해강 김규진이 예서체로 쓴 것이다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상왕산 기슭에 위치한 개심사는 수덕사의 말사인데 백제 의자왕 14년에 혜감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金鷄抱卵形)으로 오랜 세월 수행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봄이면 기와집을 배경으로 청벚꽃 왕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여름에는 백일홍, 가을에는 단풍이 예쁜 절로 이름나 있다.

 

가을, 개심사 국화축제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늦가을에 개심사 국화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10월 29일부터 11월 30일까지 축제가 열리고 있어, 때마침 개심사 경내를 가득 채운 국화꽃을 보는 행운을 얻었다. 주제도 '꽃이 피니 마음도 열리네'로 매우 시적이다.

 

대웅전 앞에는 사찰 상징 '만(卍)'자 모양으로 분홍색 국화 화분이 줄줄이 놓여있다. 많은 탐방객들이 이 장면을 오래 간직하려는 듯 경내 이곳저곳의 국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님들의 수행처인 심검당(尋劍堂) 앞에도 국화꽃에 취한 듯, 덥수룩한 수염의 개 한 마리가 눈을 지그시 감고 편안한 자세로 엎드려 있다.

 

웅도의 명물, 하루 두 번 물에 잠기는 유두교(잠수교) 

 

간조 때의 웅도 유두교


웅도는 가로림만의 한가운데에 있는 섬이다. 가로림만은 태안반도의 남쪽 천수만(淺水灣)의 반대쪽 육지를 파고들며 남쪽으로는 태안읍, 서쪽으로는 원북면·이원면과 접하고, 동쪽으로는 서산시 팔봉면·지곡면·대산면으로 둘러싸여 있다. 해안선 길이는 161㎞로 입구가 좁고 만의 내부가 넓은 호리병 모양이다.

 

이곳은 다양한 수산생물의 산란장이자 점박이물범, 흰발농게 등 해양보호생물의 주요 서식지여서, 해양수산부는 2016년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보호구역 제16호'로 지정했다.

 

웅도에서 바라본 서산시 대산읍. 가운데 섬이 모개섬이다


웅도는 면적 1.5㎢, 해안선 5km의 작은 섬으로 인구 60여 세대 120여명이 살고 있다. 육지와 모개섬 사이에 유두교(잠수교)가 놓이고, 모개섬과 웅도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유두교(잠수교)가 생기면서 육지화됐다. 조수간만의 차이에 따라 하루에 두 번 물에 잠기는 잠수교를 담기 위해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고 있다.

 

마을투어. 사람이 탈 수 있도록 개조한 드럼통을 4륜 바이크에 기차처럼 연결해 관광객을 싣고 마을을 투어하기도 한다


또한 무연한 갯벌과 대화를 나누며 살방살방 해안가를 걸으려는 트레커들도 많이 찾는다. 웅도는 썰물 때면 해안을 따라 걸어서 섬을 한 바퀴 돌 수도 있고, 밀물 때면 네 개의 마을 길을 따라 이곳저곳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다. 마을 길이 잘 포장돼 있어 승용차를 이용해도 된다

 

무연한 갯벌 속에서 서식하고 있는 웅도의 낙지와 굴, 바지락

 

웅도 트레킹 1코스 해안데크길


트레킹 1코스는 체험마을사무소 앞에서 좌측으로 옹도선착장까지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해안테크를 따라 걷는 1.7km의 길이다. 체험마을 사무소에서 웅도항 선착장 앞까지 데크길을 조성해 놓았다. 이 길을 걸으며 확 트인 갯벌과 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중간에 전망대도 있고, 쉼터도 조성돼 있다. 바닷길 저편에는 고파도, 조도 등이 웅도와 마주하고 있다. 텅 빈 갯벌에 코를 박고 자고 있는 고깃배들은 한낮 어촌의 평화로움을 더해준다.

 

조석 간만의 차가 큰 웅도는 간조 때면 광활한 갯벌을 드러낸다


만조 때는 큰 바다 가운데 한 개의 점으로 변한 웅도는 간조 때는 무연한 사방의 갯벌과 한 몸이 된다. 바닷물이 빠지면 광활하게 드러나는 웅도의 갯벌은 장관이다. 거대한 갯벌의 바다가 새로 열린 듯하다. 이 기름진 갯벌에서 인간을 먹여 살리는 굴, 바지락, 낙지 등 다양한 갯것들이 풍성하게 생산된다. 

 

바다 깊숙이 연결된 해상도로를 따라 주민들이 바지락을 캐어 돌아오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갯벌 위에 자갈을 두텁게 쌓아 다져놓은 해상도로를 따라 최대한 바다 깊숙이 들어간다. 예전에는 소달구지를 타고 갔으나 지금은 자동차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웅도 트레커들도 자동차를 주차한 곳까지 걸어갈 수 있다. 멀리, 작은 무인도 앞까지 가서 바지락을 캐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이곳 갯벌은 조수간만의 차가 7m로 들물 때는 바닷물이 무섭게 차오르기 때문에 트레커들은 미리 서둘러 갯벌을 빠져나와야 한다.

 

작은 섬, 웅도에는 논밭도 많은 편이다


갯벌 체험 후 해안테크로 원점 회귀하여 웅도선착장으로 향한다. 웅도에는 소나무가 참으로 많다. 소나무들은 군락을 이룬 채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마을에는 수확을 끝낸 논과 밭이 한가로운 풍경인데 섬치고는 농토가 많은 편이다. 섬 안은 논과 밭이, 섬 밖은 뻘밭이니 웅도는 정말 축복받은 섬이다. 

 

바다가 주는 만큼 만족하고 사는, 욕심 없는 웅도 사람들

 

새롭게 들어서는 펜션단지


웅도선착장에서 마을 길을 따라 웅도교회까지 걸으면 체험마을 사무소와 둥둥바위로 가는 삼거리로 나뉘는데 트레킹 2코스다. 마을을 걸으면서 보니, 빈집이 거의 없고 리모델링했거나 신축된 집들이 많다. 또한 이곳저곳에서 공사 중인 펜션과 택지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웅도에는 현재 20여개의 펜션이 영업 중이라고 한다.

 

400년 웅도 반송. 웅도 사람들에게 마을의 안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섬겨지고 있다


트레킹 2코스에서 둥둥바위 가는 길에 수령 400년 된 웅도 반송을 만난다. 반송은 밑에서부터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리는 것이 특성으로, 그 모습이 쟁반 같다고 하여 붙여졌다 하는데 큰 가지를 세어보니 무려 아홉 개다. 작은 섬에 어떻게 이런 반송이 잘 자랐을까 경이로움이 인다. 이 반송은 웅도 사람들에게 마을의 수호신으로 섬겨지고 있다 한다.

 

둥둥바위. 아침에 물안개가 끼고 물이 차면 바위가 마치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해서 붙여졌다


트레킹 종점인 둥둥바위에 도착한다. 갯벌에 덜렁 하나 떠 있는 둥둥바위는 기암괴석이라 하기에는 좀 평범하다. 하지만 웅도와 무인도를 연결하는 입구에 자리하고 있어, 웅도사람들에게는 집으로 돌아오는 이정표처럼 여겨진다.

 

갯벌에서 낙지잡이를 막 마치고 돌아오고 있는 한 웅도 주민을 그곳에서 만났다. 웅도에서 나고 자랐다는 그는 "올해처럼 낙지가 많이 잡히지 않는 때는 없었다"고 푸념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자기도 모르겠다고 한다. 바닷속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올해는 흉년이지만 내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바닷속이라며 너털웃음을 털고 마을길로 들어선다. 당장의 성과에 서운해하지 않고, 그날그날 바다가 내어주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욕심 없는 삶이다.

 

둥둥바위에서 무인도로 가는 해상도로. 바지락과 낙지가 많이 잡힌다


웅도를 나와 모개섬으로 이어지는 유두교를 지나는데 바닷물이 1/3쯤 차오르고 있다. 만조까지는 아직 2시간 정도 남았는데 다리 끝에서는 차량 서너 대가 벌써 자리를 잡고 있다. 또한 모개섬 해변에는 한 캠핑객이 야영 준비를 하고 있다. 유두교 야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과 웅도 바다를 잠재우는 밤하늘의 초롱한 별들을 맞이하기 위한 사람들인 듯 보인다.

 

《여행 가이드》

 

1. 웅도 트레킹 코스 : 7km (3시간)

    웅도공영주차장-해안1길-갯벌걷기(모세의 기적)-웅도선착장-웅도교회삼거리-400년 반송

    -둥둥바위-바람의언덕-웅도공영주차장

 

웅도에서 모개섬으로 이어지는 유두교에 물이 차오르고 있다

 

2. 서산 웅도 여행 시간표

    10 : 00 서산마애삼존불상 도착

    10 : 00 ~ 10 : 30 마애삼존불 관람

    10 : 30 ~ 11 : 10 보원사지 이동 및 관람

    11 : 10 ~ 12 : 10 개심사 이동 및 관람

    12 : 10 ~ 13 : 20 개심사 출발 ~ 웅도 도착

    13 : 20 ~ 16 : 20 웅도 트레킹

    16 : 20 웅도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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