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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맛에 반해 다시 물들고 싶다...통영 욕지도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1/01/28 [12:36]

그 맛에 반해 다시 물들고 싶다...통영 욕지도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1/01/28 [12:36]

 욕지선착장


고속도로의 번호에는 나름대로 원칙이 있다. 남북 방향은 홀수, 동서는 짝수를 부여한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경부고속도로는 1호, 목포에서 서울까지 서해안고속도로는 15호다. 반면 영암에서 부산을 동서로 잇는 남해안고속도로는 10호, 서울에서 양양까지 양양고속도로는 60호다.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상, 특히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홀수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이제 남쪽으로 내려와 살면서 섬 기행을 하다 보니 짝수인 남해고속도로를 많이 이용한다. 전남 서남해안과 경남 통영에 섬들이 많아 횡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지난 내 삶도 홀수 도로 위주로 달려온 듯하다. 대학, 입사, 승진 등 종으로만 매달려왔다. 횡으로 달리며 자신을 성찰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아직은 낯설지만, 이제부터라도 짝수 도로와 친해져야 하지 않을까. 횡으로 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욕지도 가는 길, 연일 내리던 비가 그쳐가는지 새벽 고속도로는 온통 부윰한 안개의 나라다.

 

#직진의 삶에서 횡으로 가는 섬 욕지도

 

 대기봉에서 본 욕지도

 

통영에는 470개의 섬이 있는데 산양읍, 한산면, 욕지면, 사량면 등의 네 권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욕지 권역은 욕지도와 두미도, 상노대도, 하노대도, 우도, 연화도 등 크고 작은 156개의 보석 같은 섬들로 한려수도의 맨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본섬 욕지도는 14.95km의 넓이로 국내에서 48번째로 큰 섬이다.

 

지명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하고자 할 욕(欲)에 알지(知)를 써서 “알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한 섬”으로 통용되고 있다. 불교 경전에 욕지연화장두미문어세존(辱知蓮華藏頭尾問於世尊)이라는 구절이 있다고 한다. 연화세계를 알고자 하거든 그 처음과 끝을 부처님께 물어보라는 뜻인데 공교롭게도 욕지도 근처에는 연화도, 두미도, 세존도 등 불교 색 짙은 이름들이 많다.

 

 최근에 개통된 제3 출렁다리


욕지도와 그 앞 상노대도에서 신석기 시대의 유물인 패총(조개무지)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곳으로 여겨진다. 예로부터 바다와 섬은 육지처럼 활력이 넘치고 삶의 소중한 터전이었다. 하지만 고려와 달리 조선은 명나라의 해금(海禁) 정책을 추종해 섬을 비우는 공도(公島) 정책을 펴면서 섬은 사람이 살지 않은 ‘버림의 공간’으로 전락했다. 이는 왜군에게 섬을 거저 내어준 결과를 가져왔고, 임란 이후에는 주로 군선(軍船)들의 정박지로 활용되었다.

 

욕지도도 사람이 살지 못하다가 고종 24년(1888년)에 사람이 살도록 입도(入島)를 허락받았다. 그 이후 20여 명이 모여 살았는데 일제강점기 욕지도 주변에서 고등어가 많이 잡히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고기 잡는 배들이 선원과 함께 몰려와 항구에는 파시가 생기고 그 뒤를 감당할 행정청은 물론 식당, 술집, 여관 등이 들어섰다.

 

#과거의 영화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 복닥거리는 섬

 

 옛 욕지도의 영화를 대변해주는 자부마을


현재 욕지선착장 좌측 인근의 자부마을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주로 거주한 곳이다. 일본인 중에서도 돈 있는 사람들은 해안가에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뒤편 언덕배기에 살았는데 지금은 욕지항에 옛 영화를 물려주고 역사의 뒷전으로 퇴락했다. 통영시는 일제강점기 근대어촌의 발상지였던 자부마을의 모습을 재현해 놓아 여행객들에게 과거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당구장, 술집거리, 목욕탕, 경찰서, 우체국, 우물터, 학교 등의 자리가 옛 시절을 회상케 한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간독’이라는 고등어 저장고다,

 

 자부마을에 재현된 고등어 간독


일제강점기에서부터 1960년대만 해도 욕지도에서는 퇴비로 쓸 정도로 고등어가 많이 잡혔다고 한다. 고등어는 얼음으로 냉장해 일본으로 보내고 남은 것은 간독에 염장했다. 어업조합에는 초대형 간독이 여러 개 있었고, 집집마다에는 개별 간독을 보유했다. 간독에 잘 저장된 고등어는 마산항을 통해 중국과 만주까지 보내졌다고 한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 고등어가 고갈되면서 더이상 영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자연산 고등어는 고갈되다시피 했지만, 현재는 양식 고등어로 고등어 고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욕지도의 명물 고구마 막걸리


욕지도에서 고등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구마다. 고구마는 통상 날씨가 따듯하고 뿌리를 내리기 좋은 흙에서 잘 자란다. 욕지도는 동쪽으로는 망대봉과 서쪽으로는 천왕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낮은 구릉이 그런 요건을 갖췄다. 욕지도 황토밭은 비가 오면 물이 잘 빠지지 않은 진흙 성 황토가 아니라 굵은 모래에 가까운 황토여서 고구마가 뿌리 내리기 좋다. 욕지도 고구마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욕지도에서 ‘고메’라 부르는데 자색고구마로 빚은 막걸리는 숙성기간에 따라 ‘고메순’과 ‘고메진’으로 고가에 판매된다.

 

 일출봉에서 바라본 욕지항과 천왕산


어디, 이 정도의 매력으로 '알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한 섬'이 되겠는가. 욕지도는 1박 2일 머물러야 그 속살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섬이다.

 

 제1 출렁다리에서 바라본 멋진 풍광


하루는 24km에 달하는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나 라이딩을 하며 해안가에 자리 잡은 마을이나 풍광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 곶과 만을 돌며 자연이 연출해낸 풍광과 창공처럼 푸른 바다, 그리고 그 위에 넘실대는 섬들 앞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천왕산 오르는 길


그리고 하루는 등산하면서 동에서 서로 욕지도를 가로지르며 천왕산에 올라봐야 그 참모습을 알 수 있다. 천왕산 정상 바로 아래에 ‘이세선 통제사 친행 암각문’이라는 비문이 있는데 “조선 숙종 15년(1689)에 제65대 통제사 이세선이 욕지도에 진영을 설치하는 게 좋을지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친히 와서 살펴보고 조사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욕지도 제2봉인 대기봉에서 바라보는 경관만 해도 ‘아하! 이래서 욕지도’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대기봉을 지나 천왕산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등산 아니면 모노레일 이용이다.

 

# 빈 배에 내 생애의 그림자 달빛에 싣고

 

 새천년기념공원 전망대


동서로 가로지르는 등산코스는 야포에서 시작해 입석-혼곡-대기봉-천왕봉-태고암-약과봉-욕지항까지 이어진다. 총 12km로 여유 있게 5시간이면 충분하다. 욕지항에서 순환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데 인당 1000원을 내면 산행의 시발점인 야포까지 실어다 준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 첫 목적지인 일출봉에 오르면 연화도와 우드, 상․하노대도, 두미도와 건너편 욕지항과 천왕산이 조망된다. 망대봉까지는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한 길인데 좌측으로 연화도의 명물 용머리 바위가 안부를 묻는다. 망대봉에서 젯고닥(고개 아래 오목하게 파인 골짜기)을 지나 출렁다리까지는 지긋한 내리막이다.

 

 제1 출렁다리가 연결된 펠리컨 바위. 바다로 헤엄쳐가는 펠리컨의 부리를 닮았다.


출렁다리는 멀리서 보면 펠리컨의 부리를 닮은 곳에 연결되어 있다. 이곳에서 제2 출렁다리(관청)와 올해 개통한 제3 출렁다리(모노레일 출발점 아래)까지는 깎아지르는 해안가를 따라 걷는 비렁길(벼랑길)이다. 중간에 고래 강정이라는 곳이 있는데 V형의 협곡 아래에 간신히 고개만 내민 바위 위로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며 일으키는 흰 포말의 모습과 소리가 마치 고래가 숨을 내쉴 때와 흡사하다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모노레일 승강장. 대기봉 전망대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최근 개통한 제3 출렁다리를 지나면 모노레일 승강장에 이른다. 대기봉 전망대에 쉽게 오르려는 여행객을 위한 것인데 2.1km로 약 16분이 소요된다. 등산하다가 힘에 부치면 모노레일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왕복 기준으로 대인은 15000원 소인은 13000원이다.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어 드라이브하는 사람들도 많이 이용한다.

 

등산로는 모노레일 승강장 좌측으로 나 있는 일주도로를 따라 새천년기념탑까지 가서 우측으로 오르면 된다. 이곳에서 대기봉까지는 1.1km, 천왕산까지는 1.6km다.

 

 삼여바위. 청년으로 변한 이무기를 사랑한 세 여인의 전설을 담고 있다.


일출명소인 새천년기념탑은 2000년에 조성됐는데 아래 빗돌에는 욕지도 출신으로 한국일보에 입사하여 편집국장과 주필을 지낸 김성우(金聖佑) 씨의 자전적 에세이 ‘돌아가는 배’ 일부가 새겨져 있다. 울림 깊은 문장이다.

 

 욕지도 가는 길의 갈매기


“나는 돌아가리라. 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리라. 출항의 항로를 따라 귀항하리라. 바람 가득한 돛폭을 달고 배를 띄운, 그 항구에 이제 안식하는 대해의 파도와 함께 귀향하리라. 어릴 때 황홀하게 바라보던 만선(滿船)의 귀선(歸船), 색색의 깃발을 날리며 꽹과리를 두들겨대면 그 칭칭이 소리 없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빈 배에 내 생애의 그림자를 달빛에 싣고 돌아가리라.”

 

욕지도는 묘한 매력이 있다. 영혼이 허할 때면 빈 배에 자신의 생의 그림자를 싣고 다시 가고픈, 그 맛에 반해 다시 물들고 싶은.

 

1) 위 치

  o 경남 통영시 욕지면

 

2) 가는 방법 (www.badaland.com 참고)

 o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 통영시 통영해안로 234

 o 통영 삼덕항 : 통영시 산양읍 원항1길 3

 o 통영 중화항 : 통영시 산양읍 연화리 706-17

 o 배

  - 통영항 여객터미널→욕지도(6:30, 9:30, 11:00, 13:15, 15:00) 5회 운항

  - 삼덕항 → 욕지도

    영동해운(6:45, 8:30, 10:00, 11:00, 13:00, 14:00, 15:30) 7회 운항

    경남해운(6:15, 9:00, 12:15, 16:30) 4회 운항

    중화항 → 욕지도

   - 욕지해운(6:20. 9:20, 12:20, 15:10) 4회 운항

 o 문의

  - 통영항 여객선터미널(☎1666-0960) 대일해운(☎055-641-6181)

    영동해운 (☎055-643-8973) 경남해운(☎055-641-61`81)

    욕지해운(☎055-649-2045~6) 욕지면사무소(☎055-650-3580)

 

3) 섬에서 즐기기

 o 해안도로 일주(24km) : 드라이브&라이딩, 또는 섬일주 버스

  - 욕지선착장→대풍바위 쉼터→목과→도동(감귤밭)→덕동→유동→새에덴동산→삼여전망대→

   새천년기념공원→혼곡→관청→노적→통단→야포→입석→욕지선착장

  o 등산 (12km, 5시간)

  - 욕지선착장→야포→일출봉(190m)→망대봉(205m)→노적→출렁다리→혼곡→대기봉(355m)→천

    왕산(392m)→태고암→시금치재→약과봉(315m)→논골→ 욕지선착장(12km)

 

 

4) 추천사이트 : 여객선 예약예매 사이트 : https://island.haewoon.co.kr/

                                           통영시 문화관광 : https://www.badaland.com/badaland.web

                                           대한민국 구석구석 : https://me2.do/5LolRV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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