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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섬 발전시킬 최우선 과제는 '여객선 공영제 실현'

출범 1주년, 한국섬진흥원에 바란다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2/10/05 [14:30]

[칼럼]섬 발전시킬 최우선 과제는 '여객선 공영제 실현'

출범 1주년, 한국섬진흥원에 바란다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2/10/05 [14:30]

우리나라 섬은 고려시대 공도(空島) 정책의 영향으로 조선시대에도 홀대를 면치 못했다. 다산 정약용은 ‘경세유표’에서 당시 섬에 대해 아래와 같이 언급하며 별도의 기구를 세워, 온 나라의 섬을 직접 관장하자고 했다.

 

“별이나 바둑판처럼 벌어져 있고 작고 큰 것이 서로 끼어 있어 수효가 대략 천여 개인데 나라의 울타리다. 개벽 이래 조정에서 사신을 보내 이 강토를 다스리지 않았다. 섬은 우리나라의 그윽한 수풀이니 진실로 한번 경영만 잘하면 장차 이름도 없는 물건이 물이 솟고 산이 일어나듯 할 것이다.”

 

다산은 유배지가 바닷가를 끼고 있는 강진인 데다 형님 정약전은 흑산도여서 섬의 실정을 잘 알고 있었다. 다산의 이러한 바람을 실천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고종 때 군부대신과 학부대신을 지낸 이도재다. 갑신정변에 연루되어 완도 고금도에 9년 동안 유배되어 있으면서, 각 고을의 현령과 관리들로부터 이중삼중으로 혈세를 뜯기는 섬 주민의 고충을 소상히 알게 됐다.

 

1894년 해배(解配)로 고금도를 떠난 그는 전라감사로 돌아온다. 그가 한 조치는 강진, 해남 등에 흩어져 있던 섬들을 묶어 1896년 공동체를 만들어 주었다. 지금의 완도군 탄생이다. 완도군과 함께 고흥·여수 등지의 섬들만을 묶어 돌산군이, 무안·영광·군산 등지의 섬들을 묶어 지도군이 탄생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1914년) 행정 개편으로 지도군과 돌산군은 다시 수백 리 밖의 먼 고을로 편입되고 말았다. 만약 오늘의 완도군처럼 두 군도 살아남았다면 그곳 섬들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지금처럼 우리나라 영토의 끝이 아닌 세계로 나가는 출발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변방이던 섬은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도 개발의 축에서 벗어나 상대적 낙후를 면치 못했다. 그러다가 1986년 도서개발촉진법(현 섬발전촉진법)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안정적이고 실천적인 전국 차원의 섬 개발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 법에 따라 1988년부터 10년 단위로 도서종합개발계획이 시행되어 현재 4차 개발계획(2018~2027)이 진행 중이다. 지난 3차 개발계획은 육지와 비교하여 크게 낙후된 섬 주민들의 정주 여건과 관계되는 인프라 사업 위주로 진행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다 보니, 주민 삶의 질과 직접 관련된 섬 지역 생활기반시설 및 문화복지시설 정비와 최근 중요시되고 있는 해양문화관광자원개발, 일자리·소득증대·인구소멸 대응 등이 과제로 남았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교통기본권이다. 만 65살 이상 육지 주민들은 버스나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고 있지만 섬 주민들은 아직도 비싼 운임을 내고 여객선을 이용하며, 여객선의 잦은 결항으로 발이 묶여 보편적 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세계 각국은 섬의 가치와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섬의 개발과 자원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섬은 해양영토 확보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을 이끄는 동력이자 삶의 터전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섬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2018년 ‘섬의 날’이 법제화됐다.

 

이와 더불어 2020년 ‘섬발전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섬 정책 컨트롤 타워인 한국섬진흥원(한섬원)이 지난해 10월 8일 목포 삼학도에 설립됐다. 출범 1년째를 맞는 한섬원은 ‘미래를 잇는 섬, 세계로 나가는 섬’ 비전으로 섬 전반 연구와 네트워크 및 교류거점 구축, 섬 정보 플랫폼 등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한섬원 출범은 1896년 이도재가 흩어진 섬들을 묶어 3개의 군을 만든 것처럼 우리나라 섬 역사에 획기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그런 만큼 한섬원에 대한 섬 주민들의 기대도 크다. 한섬원이 앞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 역시 결코 녹록하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한섬원이 수행해야 할 가장 긴급한 과제는 ‘연안여객선 공영제’가 조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도 국정과제에서 2025년 연안여객선 공영제를 약속했다. 한섬원이 섬 주민의 권익향상과 해양영토의 수호자로서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갈 때, 우리나라의 섬은 비로소 그윽한 수풀로 이름도 없는 물건이 물이 솟고 산이 일어나듯 할 것이다.

 

* 상기 내용은 10. 5일자 '브릿지경제' 칼럼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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