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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해경 아카이브/사라지는 항·포구](39)비금면 수치도선착장
신안 중부권 섬들의 항로에 위치..차도선 운항 여전

대규모 간척사업 전 여러 개의 섬..매를 피해 '꽁이 자고 있는 형상'에서 비롯
서해해경, 수치도 인근 비금도 수대항에 출장소 배치..해양안전 제고에 주력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2/07/12 [10:41]

[서해해경 아카이브/사라지는 항·포구](39)비금면 수치도선착장
신안 중부권 섬들의 항로에 위치..차도선 운항 여전

대규모 간척사업 전 여러 개의 섬..매를 피해 '꽁이 자고 있는 형상'에서 비롯
서해해경, 수치도 인근 비금도 수대항에 출장소 배치..해양안전 제고에 주력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2/07/12 [10:41]

수치도 선착장/서해해경청


수치도는 전남 신안군 비금면에 속한다. 목포항에서 2시간여 거리로 차도선이 비금도 가산여객선터미널에 닿기 전 왼편의 남동쪽 바다에 보이는 두 개의 섬이 바로 수치도다. (차도선 왼편으로 보다 가까운 섬이 상수치도이고, 멀리에 있는 섬이 하수치도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하수치도를 ‘수치도’라 부른다.)

 

선사시대 이후 언제부터 수치도에 사람이 살았는지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지명과 설화를 통해 볼 때 이른바 ‘통일신라’ 후기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신라 말 청해진의 한 관리였던 박씨가 이 섬으로 유배를 당했는데, 그 때 꿩 한 쌍을 데려와 일생을 꽁 사육에 힘썼다는 이야기가 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설화에서인지 수치도에는 꽁이 많다고 한다.

 

수치도(水雉島)는 물수(水)자와 ‘꽁치(雉)’자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곳 나이든 주민들은 예전에는 섬의 지명에 물이 아닌, 잠을 잔다는 의미의 ‘잘수(睡)’자를 쓰였다고 말한다. 이는 수치도의 지형에서 뒷받침된다고 한다.

 

현재 수치도의 지형은 긴 사각형을 띠고 있지만 1970년대 무렵, 식량증산을 위한 간척사업이 진행되기 이전 수치도는 여러 섬이 산재한 형태였으며, 그 형상이 마치 ‘꽁이 졸고 있는 듯 하다’해, 입도조 중 한 집안이 섬을 수치도(睡雉島)로 칭하게 됐다는 것이다.

 

“옛날 어른들의 말에 따르면 수치도의 북쪽 바다 가운데에 매 바위(솔섬=솔개섬)가 있어 꽁이 천적을 피해 숨어 잠잘 수밖에 없기에 수치도로 불렸다고 합니다.”

 

수치도(하수치도)의 토박이인 박영하할아버지(85)는 이런 유래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지 지명에 물수(水)가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수치도 마을/서해해경청


수치도의 선착장은 현재 대부분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하수치도의 서북쪽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3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상수치도와는 노두로 연결돼 있다.

 

현재 수치도에는 30여 가구만이 실제 거주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150호 가량이 거주하는 큰 섬이었고, 이에 따라 분교가 아닌 정식 초등학교도 있었다고 한다.

 

“비금남초등학교라고 교장과 교감선생님도 있은 규모가 큰 학교가 있었습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로 학급도 있는 학교였는데 이제는 분교마저도 폐교가 됐습니다.”

 

수치도 마을길/서해해경청


이 학교의 1회 졸업생이라는 박할아버지의 말대로 수치도에는 1940년대에 공립학교가 개교해 1955년에 현재의 폐교부지로 이전했으며, 학생 수 감소에 따라 1988년 분교로 격하됐고 이어 지난 1995년 폐교됐다.

 

하지만 수치도는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객선(차도선)의 운항에는 큰 변화가 없다. 지리적으로 비금·도초도와 흑산도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치도에는 옛날부터 여객선이 다녔어요. 예전에는 자은, 암태도까지 들렸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돼 아침 6-9시 사이에 배를 타면 목포에 오후 5시께 도착했습니다.”

 

인근 비금도에서 시집왔다는 김영금할머니(81)는 ‘목선이 다닐 때는 흑산도 가는 남영호, 남신호 등이 수치도에 들렸다’며 ‘항로는 그 때나 지금이나 엇비슷하다’고 말했다. 예전의 항로는 (흑산도)-도초-수치-가산-백계-읍동-목포(앞선창)이었으나 5~6년 전 농협배가 앞선창에서 북항으로 바꿔 운항하고 있다고 한다.

 

“천사대교가 놓이면서 비금가산과 암태남강 사이에 거의 시간마다 차도선이 다녀 비금까지만 나가면 쉽게 뭍에 나갈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차 없는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목포 북항/서해해경청


한 주민은 "나이 들고 차 없는 사람들이 북항을 이용하고, 젊고 차있는 사람들은 남강을 이용하고 있다"며 "조만간 목포를 연결하는 직항이 사라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수치도와 가산항 간의 도선인 ‘섬드리호’의 도선장을 맡고 있는 박태영씨(60)는 "자신이 고등학교 다닌 시절에는 아침과 저녁 하루 2회 운항됐는데 이후 차도선이 다니면서 배도 커지고 운항 횟수도 3회로 늘어나는 등 섬주민의 교통 편의가 나아졌다"고 소개했다.

 

차도선에서 바라본 비금 가산선착장/서해해경청


실제로 수치도의 경우 목포 북항을 출발한 차도선이 비금 가산항을 들린 다음 수치도에 하루 3회 기항하고 있다. 하지만 6월 중순 현재, 차도선의 고장으로 오전 배는 임시 휴항 중이어서 실제는 2회 운항되고 있다.

 

신안군이 지원하는 도선은 5~6년 전부터 운항되고 있으며 정해진 운항 시간이 주민 불편을 가중함에 따라 마을 주민의 요구시 운항하는 형태로 변경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도선이 운항되기 이전에는 목포나 비금에 나갈 일이 있으면 주민들은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돛단배인 ‘질선(길선)’을 탔다고 한다.

 

비금도 또한 대규모 간척사업에 의해 논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보리와 고구마 등이 주식이었다고 한다.

 

한편 서해지방해양경찰청(청장 김종욱)은 수치도와 비금, 도초 지역 섬 주민들의 해양안전을 위해 비금도 수대항에 비금출장소를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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