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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섬을 싫어했던 내가 '섬 기행을 하게 된 이유'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1/05/31 [12:21]

[칼럼]섬을 싫어했던 내가 '섬 기행을 하게 된 이유'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1/05/31 [12:21]

 

나는 섬을 싫어했다. 태어난 곳이 섬이었기 때문이다. 썰물 때면 갯벌이 훤히 드러나고 밀물 때면 육지로부터 위리안치되는 섬. 내가 태어난 섬은 16년 동안이나 오롯이 나를 가두었다. 나는 죄없이 감옥에 갇힌 죄수 같은 심정으로 섬에서 벗어날 만을 기다렸지만 그럴 기회는 좀체 오지 않았다. 다행히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섬에서의 유배는 해제되었다.

 

그러나 섬에 대해 진저리치던 유년의 기억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대신 높고 깊은 산이 좋아졌다. 대학 시절부터 거의 주말마다 산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근교의 산을 다니다가 직장을 잡은 이후 차츰 그 영역을 넓혀 100대 명산, 그리고 백두대간으로 이어졌다. 산의 품은 어머니 같아서 섬에서 느끼지 못했던 평온함과 깊은 사색의 마당을 제공해 주었다.

 

그러던 1년 여전 어느 산악회를 따라 섬 트레킹을 나서게 되었다. 그런데 유년시절 섬에서는 보지 못했던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폐타이어, 폐그물 등으로 해안 이곳저곳이 온통 오염되어 있었다. 순간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해안가 쓰레기 중 일부는 갯벌과 모래에 퇴적되어 포크레인이 아니면 제거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있었다.

 

일부 스티로폼이나 페트병 쓰레기는 바람이나 조류에 떠밀려 연안을 떠돌다가 점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갈 것이다. 그것을 먹이인 줄 알고 덤벼든 바다 고기는 소화불량으로 죽거나, 살아서 어부에게 잡힌다면 결국 우리의 식탁에 놓이게 될 터이다.

 

순간 나는 다시 섬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내 혈관에는 용트림하는 백두대간의 기운이 아닌 짭조름한 바닷물이 흐르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의 양수 속에서 내가 성장했듯이 나를 키워낸 것은 섬의 공기와 갯벌과 바다에서 자라던 수많은 생물, 어족자원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바다와 섬이 밀려드는 쓰레기로 황폐화 되고 있다. 바다에 버려진 폐그물로 인해 많은 바닷물고기들이 폐사되어 가고 있다. 양식장에서 떨어져 나간 스티로폼 부표들이 온통 해안가를 뒤덮고 있다. 이러한 해안 쓰레기로부터 바다와 섬과 우리 자신을 살릴 방법은 없을까.

 

이제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먼저, 섬과 도회지 사람들을 연결하는 가교가 되어보자. 그것은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섬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네티즌들에게 소개하는 일이었다. 네티즌들에게는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에서 자신을 힐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오늘날 우리의 섬과 바다가 처해있는 환경의 심각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환경오염으로부터 섬을 살리는 서포터즈가 되어줄 것이다.

 

서울에서 여수로 내려온 후 본격적으로 섬을 투어 할 수 있게 되었다. 여수는 섬들이 많은 신안이나 완도, 통영, 보령을 쉽게 오갈 수 있는 중간 지점이기 때문이다. 결국 돌고 돌아 내가 태어난 고향인 섬과 바다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제 섬은 내게 있어 구속이 아닌 자유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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